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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달 Oct 06. 2024

혼자 하는 산책

네가 만약 여전히 내 곁에 있었더라면

운동을 끝내고 혼자 공원으로 걸어갔다. 네가 있었다면 마중 나온 네 손을 잡고 함께 걸었을 터였다. 우리는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 노랗고 예쁘다며 신이 났을 테다. 나는 분수를 보며 예쁘다고 사뿐히 뛰어다니고 넌 이제 제법 선선해져서 산책할만하다며 좋아했겠지. 밤하늘이 예쁘고 호수에 비친 불빛들이 예뻐서 사진을 찍다가 '야경 사진 잘 찍고 싶다. 잘 안되네.'라고 이야기하면 너는 내 휴대폰을 낚아채고는 자기가 찍어보겠다고 말하고는 제법 그럴듯한 사진을 찍어줄 거다. 뿌듯한 표정으로 한번 보라고 휴대폰을 건네주면 나는 역시 잘 찍는 다며 너를 칭찬하고는 아무래도 호수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광고를 찍은 것 같다고 같이 웃겠지.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하는 내가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건, 내가 원하는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는 네가 있어서였다. 그리고 자박자박 산책을 하다가 문득, 늦은 밤 같이 산책하기만 해도 좋은 서로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테다. 

'네가, 여전히 내 곁에 있다면. 그랬을 일상이 눈에 선하다.'
우리가 늘 그랬던 날들이니까.

그냥 네가 내 곁에 없을 뿐이다.


  너는 뭐 하고 있을까. 너도 어디선가 산책을 하고 있을까.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이면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어디로든 같이 산책을 나갔었는데. 이른 저녁에도 늦은 밤에도. 


  사람들이 잔디밭에 앉아 밤하늘과 밤공기를 즐기고 있었다. 바람이 선선해지면 잔디밭에 같이 앉아있자며, 봄이 끝날 무렵 캠핑장비를 사던 네가 떠오른다. 그걸 다른 사람들과 개시하는 너를 상상하는 일은 조금 가슴 아프다. 그래도 이제, 매일 울지는 않는다.


잘 지내?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켜켜이 접으며 [스텔라장]의 "I can do this everyday"를 들었다. 

너 없이도 아침에 일어나 이불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오늘을 살아간다. 나는 그것 자체가 아주 신기하고 대단하고 놀랍고 씁쓸하다. 그걸 내가 매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



So proud of me, you see?

I can do this ever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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