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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은 자유, 시장의 로직은 자유인가?

디지털 시대의 보이지 않는 손, 알고리즘은 자유를 설계하는가

by 나무를심는사람

1.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보이지 않는 손'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파이프 커콜디의 세무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서 경제학자이자 도덕철학자로,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시장 중심의 자원 배분 원리를 이론적으로 정립한 인물로, 경제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 손꼽히기도 한다.

계몽주의 시대인 1776년 3월 9일에 출판된 대표 저서인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은 국가의 경제력, 그러니까 한 국가가 얼마나 잘 사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인 분업, 생산성, 자유무역, 경쟁, 수요와 공급, 가격 메커니즘,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는 개념을 포괄적으로 설명한 경제학의 기초 문헌이다. 『국부론』에서 스미스는 국부(國富)의 원천이 단순한 금과 은과 같은 국고의 자산이 아니라, 개인의 노동과 생산성을 통해 나라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경제력을 판단한다고 하고 있다. 즉, 그 결과로 창출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이 경제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전체 사회의 복리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때 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개념은 현대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이론으로, 시장에서 개별 주체들의 자율적 행동이 집단적으로 질서를 창출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이 개념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인간의 이기심과 합리적 선택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복리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경제학의 중요한 통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는 개별 경제주체가 중앙 지시 없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가격 체계가 형성되고, 이 가격이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자원이 최적화되어 배분되는 과정을 정교하게 설명하는 기능적 이론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의 자생적 질서, 가격 메커니즘, 분산적 의사결정의 조화라는 현대 경제 시스템의 기초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틀로 자리매김했다. 그 최초의 개념이 바로 1776년 출간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등장하며,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회 전체의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접근으로 통찰을 제공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기적인 동기로 행동하더라도 그 결과가 공공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이 메커니즘은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실제로 다양한 경제 활동과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은 빈번히 관찰된다. 가령, 특정 지역에서 갑자기 빵집이 줄어들어 빵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경우, 다른 지역의 제빵업자들이 해당 지역으로 진출하여 가격을 조정하고 공급을 회복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장 내 자율 조정 현상은 중앙의 계획이나 명령 없이도 사회 전체의 수급 균형을 조절하는 원리와 구조로 작동한다. 이러한 자생적 질서의 힘은 물리적 재화뿐 아니라 지식, 정보, 콘텐츠 등의 무형 자산에도 확장되어 작동하므로, 점점 더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와 함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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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요와 공급이 만드는 가격과 자원의 메커니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가격 형성과 자원 배분의 구조를 설명하는 근본적인 원리로, 개별 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적인 의사 결정이 전체 경제 활동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분석하는 틀로 작용한다. 이 원리는 재화와 서비스의 희소성, 효용 극대화, 이윤 추구 등의 경제학적 전제를 바탕으로 시장 질서의 자생적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각자의 선호와 이익을 기반으로 행동할 때, 수많은 개인의 선택이 가격 신호를 통해 조정되고 자원이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다음의 두 가지 핵심 원칙을 통해 작동한다.


•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어떤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은 증가한다. 이는 소비자가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에서 비롯된다. 커피 가격이 오르면 일부 소비자는 차로 대체하거나 소비량을 줄인다. 이와 같은 반응은 소비자들이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합리적 판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 공급의 법칙(Law of Supply):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량은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공급량은 감소한다. 이는 생산자들이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삼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에는 생산 확대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원자재 가격의 변화, 기술 발전, 노동력 수급 등은 공급의 유연성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가격 결정 구조에 큰 영향을 준다.


이때 두 법칙이 만나는 지점, 즉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가격을 '균형가격(equilibrium price)'이라 하며, 시장은 초과수요나 초과공급 없이 안정된 균형 상태를 형성한다. 이 균형점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장 조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되며, 그 과정에서 경제는 자원의 희소성을 반영한 효율적인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경제 원리를 넘어 실생활 속 다양한 의사 결정 과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2)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자율적 시장의 본질


정리하면,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 주체들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질서를 유도하는 자발적 조정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원 배분은 중앙정부의 계획이나 강제적 개입 없이 이루어지며, 시장 참여자 각각의 선택이 상호작용을 통해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각자의 자율적인 결정이 집단적 차원의 효율적 분배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시장은 외부에서 직접 보이지 않지만 강력하게 작동하는 조정 원리에 따라 움직이며, 이는 경제학에서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의 대표적인 개념으로 자주 인용된다. 오늘날의 디지털 시장이나 플랫폼 경제에서도 이 개념은 유효하게 적용되며,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통한 자동화된 가격 및 콘텐츠 조정 시스템 등이 '보이지 않는 손'의 현대적 구현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웹툰과 같은 창작 콘텐츠 산업에서도 독자의 반응, 조회수, 유료화 전환율과 같은 시장의 자율적 신호를 통해 창작자와 플랫폼이 콘텐츠 기획 및 공급 전략을 조정하게 되는 구조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손'은 이론적 상징과 개념을 넘어, 디지털 경제와 창작 산업 전반의 자율성과 유연성, 분산적 조정 능력을 설명하는 핵심적 프레임으로 작동될 수 있다.


다만, 애덤 스미스의 핵심 개념인 ‘보이지 않는 손’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여전히 시장 경제를 이해하는 데 유효한 기본 원리로 작용하지만, 현대 경제는 18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현대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3)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보이지 않는 손은 자원의 자율적 배분을 가능케 하지만, 항상 이상적인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러 경우에서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하며, 이는 자율 조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외부효과(Externalities): 어떤 경제 주체의 활동이 제3자에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이 영향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공장의 대기오염은 지역 주민에게 건강 피해를 주지만, 이 비용은 상품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대로 백신 접종은 외부에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개인이 그 혜택을 가격으로 보상받지 못한다.


• 공공재(Public Goods): 국방, 치안, 기초 과학 연구처럼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지닌 재화는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민간 부문에서 자발적으로 공급되기 힘들다. 이로 인해 정부의 직접 제공이나 재정 지원이 요구된다.


• 정보의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 거래 당사자 간 정보 불균형은 잘못된 의사결정과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 대표적인 예로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의 상태에 대해 판매자는 잘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신뢰 기반의 거래가 어렵다.


• 자연 독점(Natural Monopoly): 특정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로 인해 단일 공급자가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경우, 경쟁이 제한되며 가격 책정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수도, 전기, 철도 등 기반 시설 분야에서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들은 시장의 자율성과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충분히 해결되기 어려우며, 그로 인해 정부의 규제, 조세 정책, 보조금 제도, 법률적 장치와 같은 제도적 개입을 통해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 전체적인 사회 후생을 증진시킬 필요성이 대두된다. 단순히 시장의 구조와 작용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제도적 틀과 규범적 조건이 함께 작동하여야 시장이 본래의 기능을 건강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대 경제 시스템에서는 자율성과 공공성이 동시에 요구되며, 이 둘의 정교한 균형에 따라 시장의 지속가능성과 분배 정의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된다. 이러한 맥락은 디지털 경제나 창작 산업과 같은 비정형적 시장 영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며, 시장의 유연성과 정부의 조정 능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하고 생산성 있는 경제 질서를 구축할 수 있다.


4)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시장 구조


오늘날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기술 기반 플랫폼의 비약적 발전은 전통적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하는 양상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과거의 물리적 시장에서는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핵심적 신호로 기능했지만, 디지털 시장에서는 실시간 데이터,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 사용자 맞춤형 추천 시스템, 검색 엔진 최적화(SEO), 클릭률 기반 광고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가 가격 이외의 조정 메커니즘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플랫폼 사업자는 정보를 독점하거나 필터링하여 정보의 비대칭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되기도 한다. 이런 복합적 구조때문에 기존 경제학의 단순화된 모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역동성과 복잡성을 지니며, 디지털 경제 하에서의 수요와 공급 조정은 더욱 세분화되고 다차원적인 데이터 흐름을 반영하는 새로운 분석틀을 필요로 한다.


• 온라인 플랫폼 경제: 소비자의 검색 패턴, 클릭 수, 평가 등이 알고리즘에 반영되어 가격과 제품 노출이 자동 조정된다. 이는 수요 신호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디지털화된 예라 할 수 있다.


• 주식 및 금융 시장: 실시간 정보의 확산, 자동화된 알고리즘 거래, 글로벌 연결성은 수요와 공급의 신속한 조정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반응이나 버블 형성 등 시장 불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 노동 시장과 인력 배분: 특정 기술직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관련 직무의 보상이 상승하고, 이는 교육 시장과 이직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자원의 재분배를 유도한다. 이는 전통적인 수요·공급 이론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환경에서는 알고리즘 설계에 내재된 편향, 정보 접근성의 격차, 일부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 실패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과 선택의 제한을 초래하며, 가격 메커니즘을 통한 자율적 조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무엇보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사용자 행태 데이터의 독점적 활용이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은 보이지 않는 손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환경임을 보여주며,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고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과 정책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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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웹툰과 디지털 경제, '보이지 않는 손'의 재해석


1) 창작 생태계와 자율적 조정의 원리


웹툰 산업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다양한 방식의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로 적용된다. 창작자, 플랫폼, 독자 간의 상호작용은 자율적인 시장 조정 구조를 형성하며,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경제적 신호의 흐름이 존재기 때문이다.


• 플랫폼과 작가의 관계: 플랫폼은 인기 장르, 구독 수, 조회 수, 구매 전환율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가와 작품을 평가하고 큐레이션 한다. 인기 있는 장르에는 더 많은 신작이 몰리고, 조회 수가 높은 작가는 더 많은 홍보나 프로모션 기회를 얻는다. 이는 수요에 따라 공급이 조정되는 구조를 형성한다.


•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 작가는 독자의 피드백, 댓글, 리뷰를 통해 작품의 방향성을 조절하거나 신작 기획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요자의 반응이 생산자의 창작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로, 보이지 않는 손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 플랫폼과 독자의 관계: 플랫폼은 독자의 선호 데이터를 수집하여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가격 정책을 설계한다. 이는 시장의 자동 조정 기능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하는 방식이며, 공급자(플랫폼)가 직접 가격이나 노출 우선순위를 결정하지 않아도 자율적인 콘텐츠 소비 구조가 형성된다.


이처럼 웹툰 산업 내에서도 자율적인 경제 신호가 복잡하게 흐르며, 이는 창작자의 작품 기획, 연재 전략, 유료화 방식, 회차당 가격 결정, 광고 수익 모델, 시즌제 운영 여부와 같은 공급자 측면뿐 아니라, 소비자의 열람 빈도, 결제 패턴, 선호 장르, 이탈률, 구독 유지 기간 등의 수요자 측면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경제적 신호는 플랫폼 알고리즘 설계와 추천 시스템 구성, 노출 순위 결정, 프로모션 배분 방식, 큐레이션 기준 수립에도 반영되어, 생태계 전반의 자율적 조정이 작용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인기 웹툰의 회차별 조회 수 급증은 플랫폼 내 유사 장르의 추천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작가들이 이후의 기획 방향이나 연재 템포, 유료화 타이밍을 조절하게 만드는 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각 주체의 이익 추구가 상호 작용하며 형성되는 질서는 가격 신호가 자원 배분에 미치는 영향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데, 웹툰 산업 특유의 '디지털 소비 흔적'이 그 신호로 기능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자의 클릭률, 조회 수, 댓글, 별점 등의 지표는 수요의 간접적인 표현으로 기능하며, 작가는 이러한 신호를 바탕으로 이야기 구조나 연재 분량, 콘셉트 등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또한 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인기 있는 장르와 주제를 중심으로 마케팅 자원을 배분하거나 노출 순위를 조정한다. 이는 곧 웹툰 시장에서 수요 신호가 실시간으로 수집·해석되어 공급 조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의미하며, 가격이라는 명시적 수단 없이도 자원이 배분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가 작동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의 자율 조정 시스템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맞게 확장된 결과이며, 플랫폼은 사용자 반응을 반영한 콘텐츠 큐레이션을 통해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형성한다. 이 과정은 경제학적으로 가격 신호가 시장 참여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과 유사하며,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창작 콘텐츠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신호가 항상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 비대칭, 특정 인기 작가나 장르에 대한 쏠림 현상, 플랫폼 알고리즘의 편향 등은 일부 창작자에게 과도한 기회를 부여하거나 신규 진입자의 발언권을 축소시켜 창작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일부 독자 집단의 과도한 영향력은 콘텐츠의 실험성과 창의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창작자의 창의적 자유와 신진 작가의 기회를 보장하고, 독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며,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유통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이고 구조적인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이때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창작 생태계에서 왜곡 없이 긍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 노출 정책의 다변화, 차별 없는 수익 배분 구조 등의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자율성과 공공성이 균형을 이루는 기반을 조성하며, 단기적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창의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2) 경제학 원리와 사회적 통찰의 균형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 경제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경제학적 핵심 원리로, 오늘날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경제 구조에서도 여전히 그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자율적인 거래 구조와 정보의 흐름이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 속에서 균형을 이루며, 이는 시장 참여자 간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민감한 반응성을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깊이 이해함과 동시에, 이 원리가 작동하는 사회적·제도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반면, 웹툰 산업과 같이 디지털 기술과 창작 활동이 융합된 고도화된 콘텐츠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 원리가 단순한 시장 자율 조정 차원을 넘어 알고리즘 기반의 새로운 형태의 시장 구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수요자(독자)의 무의식적 클릭, 검색, 구독 행동이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해석되어 작가의 창작 방향, 플랫폼의 마케팅 전략, 유료화 정책 등 공급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웹툰 산업의 자율성과 구조적 조정을 동시에 이끄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데이터 독점, 알고리즘 편향, 콘텐츠 다양성 저해와 같은 디지털 환경 특유의 시장 실패 가능성도 병존하기 때문에, 경제학 원리를 단순 이론으로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산업 구조에 맞게 해석하는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러한 원리들을 바탕으로 복합적이고 정교한 설계를 통해서만, 우리는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정의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분명 현대 경제학의 위대한 출발점이지만, 그의 이론은 당시 산업 구조와 기술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21세기의 디지털 플랫폼 중심 경제, 글로벌 금융 시스템, 행동경제학의 발견, 알고리즘 시장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스미스의 이론은 ‘그 자체로 진리’라기보다는 ‘참조 가능한 원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스미스의 시장 자율성 철학을 유지하되, 정보 비대칭과 권력 집중에 대한 제도적 견제,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시장 설계, 공공성과 창의성의 균형 등을 함께 고려하는 다차원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과거 이론의 반복이 아니라, 스미스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동시대적 현실에 맞게 진화시킨 현대 경제학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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