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의 경제와 보이지 않는 파동
경제학에서 외부효과(Externality)는 한 경제 주체의 행동이 시장 거래를 거치지 않고 다른 주체의 효용이나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즉, 개인이나 기업의 활동이 제3자에게 이익이나 피해를 주지만 그 영향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 공장이 생산 활동을 하면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인근 주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더라도 그 피해는 제품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대로, 한 시민이 거리 미화를 위해 나무를 심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쾌적한 환경을 누리지만, 그 시민은 별도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외부효과가 어떻게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외부효과는 경제학에서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현상이 존재하면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고, 개별 행위자의 선택이 사회 전체의 최적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어떤 경제 행위가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이나 사회적 편익이 시장 가격 체계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이나 소비의 수준이 과잉 혹은 과소 상태로 왜곡되는 것이다.
외부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는 개인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제공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시장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교육, 연구개발, 백신 접종, 문화예술 창작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는 개인의 행동이 타인이나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지만, 그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는 경우다. 대표적으로는 환경오염, 소음, 교통 혼잡, 불법 복제 등이 있다. 이러한 외부효과가 존재하면 시장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과잉생산(부정적 외부효과의 경우) 혹은 과소생산(긍정적 외부효과의 경우) 상태로 치우치게 된다. 부정적 외부효과의 경우, 공장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도 정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오염된 공기나 수질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커지지만, 생산자는 그 비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상품을 과도하게 생산하게 된다. 긍정적 외부효과의 경우, 개인이 예방접종을 하거나 교육을 받는 행위는 사회 전체의 건강과 생산성을 높이는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개인이 얻는 이익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보다 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외부효과는 경제 주체가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균형이 사회적 최적점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웹툰 산업은 외부효과가 다층적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산업이다. 이 산업은 단순히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독자가 그것을 소비하는 1차적 거래 구조를 넘어, 플랫폼과 작가, 독자, 커뮤니티, 2차 저작물 시장 등 수많은 주체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외부효과의 개념은 웹툰 산업의 성장, 불균형, 혁신, 갈등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작용한다.
먼저, 웹툰 플랫폼의 경우 외부효과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영역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xternality)’다. 플랫폼은 참여자가 많을수록 그 자체의 가치가 커지는 구조를 가진다. 작가와 독자가 많이 모일수록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이 높아지고, 독자의 선택 폭이 확대되며, 이는 다시 신규 이용자의 유입을 촉진한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긍정적 네트워크 외부효과’로 불리며, 플랫폼의 가치가 비례적으로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주요 웹툰 플랫폼들이 초기에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몇 개의 대형 플랫폼으로 시장이 집중된 이유는 이 네트워크 외부성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 외부효과가 강화될수록 역설적으로 부정적 외부효과도 발생한다. 콘텐츠가 과잉 공급되면 독자는 정보 과부하 상태에 놓이고, 노출 경쟁에서 밀린 신진 작가들은 플랫폼 접근 기회를 상실한다. 즉, 플랫폼의 성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사회 전체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혼잡 효과(congestion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다.
웹툰 작가의 경우에도 외부효과는 매우 복잡하게 작용한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선도적 창작 활동이 다른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거나 산업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형태로 나타난다. 한 작가의 실험적 서사나 새로운 작화 기술은 다른 작가들의 창작 동기를 자극하고, 더 나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선순환을 촉진한다. 가령, 특정 주제나 장르의 작품이 성공하게 되면, 관련 주제와 장르가 다수 등장하며 산업 전반의 장르적 경쟁력이 확대되는 현상을 일으킨다. 또, AI 작화 도구나 3D 배경 자동화 기술 등은 한 작가의 시도로 시작되었지만 곧 다른 작가들에게 퍼져 전체 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편익은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의 창의적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다른 예를 살펴보면, 표절과 불법 복제는 대표적인 부정적 외부효과다. 누군가의 창작물이 무단으로 이용되면, 그 피해는 개별 작가를 넘어 산업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도 약화시킨다. 불법 웹툰 사이트는 작가의 수익을 줄이는 동시에 합법 시장의 가격 체계를 왜곡시켜, 창작 의욕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독자의 경우에도 외부효과는 다층적으로 나타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독자의 소비 행위는 단순히 개인적 효용을 넘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SNS에서 웹툰을 추천하거나 리뷰를 공유하는 행위는 다른 독자들에게 작품을 알리고, 신규 독자를 유입시킨다. 이는 구전효과(Word-of-Mouth Effect)로,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콘텐츠의 시장 규모를 확대시키는 강력한 긍정적 외부효과다. 더 나아가 팬아트, 코스프레, 2차 창작 등 팬덤 기반의 활동은 원작의 인지도와 시장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반대로, 일부 독자의 행위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낳기도 한다. 스포일러를 무단으로 유포하거나, 유료화를 우회해 불법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행위는 단기적으로는 개인에게 이익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작가와 플랫폼, 나아가 독자 본인에게도 손해를 초래한다. 창작 인센티브가 약화되면 새로운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고,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결국 웹툰 산업의 외부효과는 플랫폼, 작가, 독자가 복합적으로 얽혀서 상호작용하는 체계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시장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콘텐츠 과잉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작가는 창작 혁신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표절이나 불법 복제 피해의 위험에 노출된다. 독자는 팬덤 활동을 통해 산업의 성장을 돕지만, 악성 댓글이나 스포, 불법 소비를 통해 시스템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처럼 외부효과는 선과 악이 공존하며, 그 균형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산업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효과의 ‘내부화(Internalization)’가 필요하다. 즉,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가격이나 제도를 통해 스스로 반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저작권 강화, 불법 유통 단속, 창작 R&D 세액공제, 공공 아카이브 구축 등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사회적 편익을 높일 수 있다. 플랫폼은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수익 배분 구조를 공정하게 조정하며, 구독형이나 후원형 모델을 도입해 사회적 편익을 가격 체계에 반영할 수 있다. 또한 팬 커뮤니티는 자발적 후원, 굿즈 펀딩, 작가 응원 캠페인 등을 통해 긍정적 외부효과를 확산시킬 수 있다.
웹툰 산업의 성장은 외부효과의 균형 위에서 이루어진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플랫폼 확장과 문화 확산의 원동력이지만, 부정적 외부효과는 신뢰 하락과 창작 의욕 저하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웹툰 경제학의 핵심 과제는 외부효과를 정교하게 관리하고, 그 영향을 제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긍정적 외부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외부효과를 최소화함으로써, 창작자와 독자, 플랫폼,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 바로 이것이 웹툰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경제학적 방향이자, 창작과 소비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사회적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