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웹툰을 보는 또 다른 시선, 웹툰 경제학

웹툰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언어를 해독하라

by 나무를심는사람

1. IP 시대, 웹툰 경제학이 답이다.


웹툰 산업은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초창기 포털의 실험적 연재 형식에서 출발한 웹툰은 이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창작자, 기업, 플랫폼, 투자자, 정책 입안자, 소비자 모두가 얽힌 복잡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산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웹툰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전히 '창작물 감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웹툰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더 이상 웹툰을 단순히 그림으로 된 이야기, 취미적 소비의 대상으로만 다루는 것은 그 실체를 설명하기에 부족한 시각이 되었다.


웹툰이 산업의 언어로 설명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고,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웹툰은 자연스럽게 경제학적 분석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다운로드 수, 조회 수, 이용자 잔존율, 결제 전환률, IP 확장성, 플랫폼 점유율 등은 본래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 자주 다루던 언어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들이 웹툰 산업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플랫폼 중심의 가치 사슬이 강화되면서 '웹툰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이 필수'라는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산업 성장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 웹툰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정리한 체계적인 도서나 연구는 거의 없었다. 나는 이 공백을 메워 보고자 했다. 웹툰 산업은 단순히 창작자의 개별 창작물을 넘어 더 거대한 구조적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이를 분석할 언어가 부족했다.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창작자의 기회비용, 소비자 선택 구조, 편집 및 알고리즘의 의사결정 구조, 해외 시장에서의 교두보 효과 등은 모두 경제학적 개념과 맞닿아 있음에도 웹툰 산업 안에서는 제대로 설명되거나 살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단순히 경제학 이론을 웹툰 산업에 끼워 맞추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웹툰이라는 동적인 산업 현장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경제적 메커니즘을 드러내고, 이를 창작자·플랫폼·정책·투자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정리함으로써, 산업 전체가 보다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곧 웹툰 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고의 전환이기도 하다.


2. 웹툰 경제학으로 산업을 설계하다.


웹툰은 기본적으로 '창작물'이며, 어떤 산업보다 창작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훌륭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독자가 빠져드는 서사와 개성 있는 작화는 웹툰의 본질적 가치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시장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빛을 발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발견의 과정에서 경제학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도구다.


시장이 커질수록 창작은 경제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웹툰 시장이 작은 규모일 때는 창작자의 역량과 독자의 취향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장이 커질수록 다른 요인들이 개입한다. 플랫폼 구조, 유통 정책, 광고 모델, 결제 방식, 알고리즘 추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IP 확장 전략 등이 작품의 성패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즉, 창작물의 가치가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요인들이 점차 중요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왜 특정 장르에서 성공하는지, 왜 특정 플랫폼에서는 성과가 더 좋은지, 왜 어떤 시점에 독자 유입이 늘거나 줄어드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감에 기댈 것이 아니라 구조적 분석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하는가, 선택할 때 어떤 제약을 받는가,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노출을 분배하는가 등은 모두 경제학의 핵심 주제다.


1) 플랫폼 경제와 창작 생태계의 이해

웹툰의 상위 플랫폼들은 이미 거대 플랫폼 기업들과 유사한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레진엔터테인먼트, 북미와 일본의 글로벌 사업자들은 모두 이용자 기반을 확장하고, IP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경쟁 플랫폼과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다. 이는 철저히 플랫폼 경제 논리 위에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플랫폼 락인(lock-in) 효과, 교차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와 같은 개념들이 등장한다. 웹툰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창구가 아니라, 창작자와 독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거래 비용을 절감시키며, 작품을 정교하게 배분하는 조정자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조적 힘을 이해하지 못한 채 창작만으로 승부하려고 하면, 산업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웹툰 경제학은 이 관계를 분석하고, 창작자·플랫폼·독자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 무엇보다 IP 비즈니스가 강화되는 시대에는 플랫폼의 의사결정 구조가 작품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를 설명할 언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2) 정책과 산업 전략을 위한 기반

웹툰 산업은 이제 하나의 국가 산업으로 논의되어야 할 만큼 성장했다. 고용 창출, 수출, 글로벌 문화 파급력, 지역 기반 산업 육성, 미래 인재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책은 주로 '창작 지원'이나 '소규모 사업자 지원' 중심이었고, 산업 구조 전체를 분석하여 체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경제학적 분석은 정책 설계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 웹툰 창작자의 노동 구조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플랫폼 시장의 경쟁 구도가 어떤 방향으로 수렴하는지, 독점 또는 과점 구조에서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IP 확장 산업이 얼마나 외부효과를 창출하는지 등은 모두 경제학적 접근을 통해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웹툰 경제학은 창작자 개인의 어려움부터 플랫폼 산업의 구조적 문제, 글로벌 경쟁력 확보까지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제공한다.


3. 웹툰 경제학을 통해 만들어가야 할 산업의 방향


웹툰 경제학은 단순히 산업 분석을 넘어 웹툰이 앞으로 어떤 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 방향은 크게 다섯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창작자 중심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산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창작자가 지속적으로 창작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해당 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웹툰 경제학은 창작자가 시장에서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익 배분 구조, 창작자의 위험 부담, 기회비용, 노동 투입 대비 산출 가치 등을 분석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창작자의 노동 구조를 노동경제학적으로 분석하면, 웹툰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과로, 수익 불안정성, 협상력 격차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곧 정책과 플랫폼이 어떤 방향의 개선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2) 플랫폼 간 건전한 경쟁과 혁신 구조

특정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독점적 구조를 만들고, 이는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간 건전한 경쟁을 유지하고, 혁신이 지속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웹툰 경제학은 플랫폼 경쟁을 게임이론적, 산업조직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어떤 방향이 산업 효율성을 높이는지 설명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생태계에서는 승자독식 구조가 나타나기 쉬운데,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창작자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중소 플랫폼이 생존할 수 있는 틈새 전략은 무엇인지 모두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정리할 수 있다.


3) 글로벌 IP 산업으로의 확장 전략

웹툰은 이제 한국만의 산업이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여러 지역에서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번역을 넘어 글로벌 소비자 구조에 맞춘 유통 전략, 가격 전략, 플랫폼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은 국제 경제학, 문화경제학, 소비자 행동 이론 등과 맞닿아 있다.


웹툰 경제학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웹툰이 어떤 경쟁 우위를 갖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지속적으로 시장을 넓힐지 전략적 접근을 제시한다.


4) IP 기반 융합 산업의 가치 극대화

웹툰은 스토리텔링 기반 IP 산업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영상화, 게임화, 애니메이션, 출판, 전시, 공연, 굿즈 사업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 가능하다. 이러한 융합 산업은 외부효과를 크게 창출하며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웹툰 경제학은 이러한 가치 사슬을 분석해 IP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다룬다.


5) 데이터 기반의 산업 의사결정 체계 확립

웹툰 산업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될수록 더 정확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해지는 산업이다. 소비 패턴, 이용자 여정, 노출 효과, 전환율, 잔존율 등은 경제학과 행동과학의 핵심 분석 대상이기도 하다. 산업은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체계로 이동해야 하며, 웹툰 경제학은 그 과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웹툰 경제학은 창작의 가치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훌륭한 창작물이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창작은 감정과 이야기의 영역이지만, 산업은 구조와 인센티브의 영역이다. 두 영역이 조화를 이루어야 웹툰 산업은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책은 웹툰을 단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적 원리 위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창작자, 플랫폼, 정책 입안자, 연구자, 투자자 모두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 웹툰이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토대를 세우는 것이 웹툰 경제학의 궁극적 목표다.


4. 웹툰 산업의 구조적 특징과 경제학적 해석


웹툰 산업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산업이 갖고 있는 고유한 구조적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과 유사한 면도 있지만, 웹툰은 형식적·기술적·문화적 측면에서 독특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된다.


웹툰은 세로 스크롤 기반의 모바일 중심 포맷을 바탕으로 발전한 산업이다. 이 형식은 제작비, 제작 기간, 회차 구성, 콘텐츠 소비 속도 등에서 전통 만화나 애니메이션과 완전히 다른 경제 구조를 만든다. 회차 단위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모델은 소액 결제(Micro Payment) 구조를 강화하며, 이는 가격 탄력성과 소비자 심리에 직접 작용한다. 시즌제·에피소드제 구성은 공급 탄력성을 높이며, 플랫폼이 지속적인 독자 유입과 잔존율 관리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웹툰의 형식적 특성은 단순한 창작 방식의 차이를 넘어 경제적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플랫폼의 역할, 알고리즘 기반의 노출 구조, 소비자의 탐색 비용(search cost) 변화 등도 웹툰 산업만의 독특한 경제학적 구조를 형성한다.


1) 생산 구조의 경제학적 특징

웹툰 생산은 전통적 의미의 제작 공정과는 다르게 '연속적 생산'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영화나 게임처럼 완성된 하나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매주 새로운 회차가 공급되며 이는 곧 생산 활동이 작품 전체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구조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창작자는 주당 일정량을 생산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데, 이는 고정된 노동 투입과 변동적 창작 품질 사이에서 다양한 경제적 선택을 요구한다. 결국 주당 70장 이상의 컷을 생산해야 하는 창작자는 작업 효율성을 위해 어시스턴트, 매니저, 스튜디오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비용 구조가 발생하고, 수익 배분의 경제적 합리성을 고민해야 한다.


생산 요소 관점에서 보면 창작자의 시간은 희소한 자원이며, 높은 대체 비용을 가진다. 즉, 창작자의 시간을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매우 높다. 이는 곧 창작자의 시간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적·조직적 지원이 산업 전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가 됨을 의미한다. AI 작화 보조, 자동 채색, 컷 분할 자동화 도구 등이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소비 구조의 경제학적 특징

웹툰 소비는 '누적 소비 모델'을 갖는다. 독자는 한 회차만으로 작품의 전모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가 이어지는 시간이 길수록 작품 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는 '잔존율(retention)'이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좌우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때 가격 구조는 독자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킨다. 웹툰의 대표적 가격 전략인 '기다리면 무료' 모델은 행동경제학적으로 여러 흥미로운 함의를 갖는다. 무료로 시작해 일정 시점부터 유료 결제로 전환하는 구조는 소비자의 습관을 형성하고, 누적된 몰입도를 기반으로 결제 전환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는 대표적인 '손실 회피(Loss Aversion)' 심리와도 연결된다. 이미 몇 회차를 소비한 독자는 스토리를 포기하는 것을 손실로 느끼기 때문에, 결제 전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비자 행동 구조는 웹툰 산업의 가격 전략이 단순한 할인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행동경제학 기반의 설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3) 플랫폼의 조정자 역할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요한 조정자 역할을 한다. 작품을 노출하고 추천하며, 특정 장르나 형태의 작품을 부각시키고, 결제 시점과 가격 정책을 설계한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단순히 콘텐츠 배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조정 행위다.


플랫폼이 특정 장르를 밀면 해당 장르의 작품 공급이 증가하고, 반대로 노출 기회를 줄이면 공급이 감소한다. 이러한 구조는 플랫폼의 정책이 창작자 행위에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로맨스 장르가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면 자연스럽게 공급이 몰리게 되며, 플랫폼 간 차별화 전략으로 장르 포트폴리오를 다르게 구성하기도 한다.


이때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고리즘은 독자의 취향을 예측하고, 노출 순위를 조정하며, 독자의 탐색 비용을 줄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알고리즘은 특정 작품을 다른 작품보다 더 많이 노출시키는 불평등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창작자들에게 정보 비대칭을 유발하며, 플랫폼의 규칙을 맞춰 창작해야 하는 압력을 낳을 수 있기에 적절한 해소 방안이 요구된다.


4) IP 확장과 외부효과의 경제학

웹툰은 IP 비즈니스의 핵심 출발점이 되었다.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소설,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웹툰이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경제적 재화로서 가치 사슬 전체에 영향을 주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인기 웹툰이 영상화되면 플랫폼 유입이 증가하고, 원작 판매가 상승하며, 주변 콘텐츠 소비도 함께 늘어난다. 이는 대표적인 긍정적 외부효과다. 또한 영상화 성공작이 늘어날수록 산업 전체에 IP 투자 자본이 유입되고, 창작자의 협상력이 올라가는 구조도 만들어진다.


웹툰 경제학은 이러한 외부효과를 분석하여 산업 전체의 최적 분배 구조를 고민하게 한다. 어떤 부분에 투자해야 전체 산업 가치가 극대화되는지, 어떤 구조적 병목이 외부효과의 확산을 저해하는지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5. 웹툰 산업의 문제점과 구조적 병목


웹툰 산업이 성장했음에도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산업은 지속가능성을 잃고, 창작자가 소모되며, 플랫폼 경쟁은 혁신이 아니라 규모 경쟁에 머물 위험이 있다.


현재 웹툰 창작자는 주 60~80시간 이상 노동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전통 만화 산업보다 더 심각한 노동 강도이며, 지속가능한 창작을 어렵게 만든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생산요소의 비효율적 투입'이자 '노동력의 조기 소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창작자의 수익이 불안정하고, 플랫폼과의 협상력이 낮으며, 성과가 일정하게 보장되지 않는 구조는 기회비용을 증가시킨다. 업계에 남아 있을 유인이 부족해지고,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다른 산업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를 위해 웹툰 산업의 중간 지점을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파인애플 효과'가 '파인애플 데미지'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또한 웹툰 경제학을 통해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 웹툰은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콘텐츠의 질적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더해 현지화 전략의 부족, 가격 전략의 불균형, 특정 장르 의존도, 정부 지원 부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단순한 창작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술력, IP 확장 전략, 현지 파트너십 구조와 정부의 진흥 정책 등 경제적 요소들이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문제는 웹툰 산업은 데이터가 빠르게 쌓이고 있지만, 플랫폼 외부의 연구자·정책 기관·창작자가 이 데이터를 접근할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는 산업 전체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게 만들며, 장르 편중, 상업성 중심의 작품 공급, 단기 성과 중심의 투자 구조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6.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의 관점에서 웹툰 산업의 미래


웹툰 산업은 앞으로도 기술 변화, 소비 패턴 변화,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핵심에는 여전히 창작자와 독자의 관계, 플랫폼의 조정 기능, IP 가치의 확장 가능성이 자리한다. 산업이 어려운 시기를 맞더라도 웹툰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산업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높은 수요 탄력성을 가진 문화재이면서 동시에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디지털 산업이기 때문이다.


웹툰 경제학은 결국 산업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의 제안이다. 창작의 본질을 존중하되, 산업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웹툰은 더 이상 단순 소비재가 아니다. 산업이며, 경제이며, 하나의 가치 사슬을 가진 거대한 생태계다. 웹툰 경제학은 이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분석 틀이다.


웹툰 산업이 앞으로 10년, 20년을 넘어 그 이상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플랫폼 규모를 확장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의 근본적 체질을 강화하는 정책적·경제적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단기 수익과 장기 산업 가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경제학적으로는 '산업의 동태적 효율성(dynamic efficiency)'을 높이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웹툰 산업은 현재 정체 구간과 확장 구간이 교차하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 국내 시장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빠른 확장이 가능하다. 기술 발전 속도는 창작 노동 구조를 바꾸고 있고, AI는 제작비 구조와 제작 방식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 생산성 향상’과 ‘가치 사슬 확장’이라는 두 축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경제학에서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는 바로 '혁신'이다. 웹툰 산업은 제작 방식의 혁신, 플랫폼 기술의 혁신, 유통 전략의 혁신, IP 확장 방식의 혁신 등을 통해 동태적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혁신이 단일 주체의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창작자·플랫폼·투자자·정책기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산업 전반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창작 단계의 혁신 : AI 도구 도입, 제작 자동화, 팀 기반 제작 모델의 확대

유통 단계의 혁신 : 글로벌 동시 서비스, 가격 전략 다변화, 초개인화 추천 시스템 강화

IP 확장 단계의 혁신 : 원천 스토리 확보 체계화, 영상·게임·출판 등과의 통합 사업 모델 구축

정책 단계의 혁신 : 데이터 생태계 구축, 표준 계약 제도화, 웹툰 산업 기반 연구 지원 등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려 돌아갈 때 산업은 비로소 동태적 효율성을 갖추게 되고, 장기적 성장의 동력을 얻게 된다.


7. 웹툰 경제학, 산업의 언어로 웹툰을 다시 정의하다


웹툰 경제학의 핵심 결론은 다음과 같다.


웹툰은 예술이면서 동시에 산업이다. 창작의 가치와 산업의 구조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해야 한다.

웹툰의 산업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창작은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기 어렵다. 창작과 경제학은 대립하지 않으며, 산업적 이해는 창작의 생존을 돕는다.

플랫폼 중심 산업 구조는 창작자·독자·정책의 균형적 조정이 필요하다.

IP 기반 확장은 웹툰의 가장 큰 경제적 자산이다. 스토리는 산업의 원천이며, 스토리를 둘러싼 가치사슬이 미래 성장의 핵심이다.

웹툰 산업은 이제 국가 전략 산업이며, 체계적 정책과 경제학적 분석이 필수다.


웹툰은 창작자가 만드는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가 시장에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산업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웹툰 경제학은 창작의 가치를 줄이는 학문이 아니라, 오히려 창작이 지속될 수 있도록 산업 구조를 견고하게 만드는 지식이다. 웹툰을 단순 감상의 영역에서 벗어나 ‘경제적 분석이 가능한 산업’으로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웹툰이 어디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무엇이 성장을 가로막으며, 어떻게 더 큰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웹툰 경제학은 바로 그 관점을 제공한다. 창작자의 시간을 지키고, 플랫폼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국가 산업 전략 속에서 웹툰의 위치를 명확히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웹툰이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다. 이것이 내가 웹툰 경제학을 쓰게 된 이유이며,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웹툰 산업이 경제학적 분석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답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다.


참고 이미지_0033.png


keyword
이전 21화집중과 편중의 경제학, 세상을 지배하는 불균형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