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로 갈 뻔. '제주 귤꽃다락' 그림
꿈을 이루겠다며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만화가 선생님 밑에서 문하생으로
만 1년을 수련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라면 끓여드리기, 상 차리기, 설거지하기,
지우개질하기, 청소, 심부름 등의
무수리 머슴 노동부터 시작해
(처음엔 차비로 월 2만 원 받고 일함.
2000년대의 슬픈 열정페이 이야기)
점차 펜터치, 스크린톤 붙이기, 점찍기,
소품, 배경 그리기로
기량을 닦아나갔고
그때 실력자 선생님께 배운 노하우로
그림이 엄청 늘었지만
만능에 강철이어야 하는 만화가가 되기엔
재능과 체력이 현저히 부족했기에
과감히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 이후로 식물세밀화, 그림동화,
제품 일러스트레이션, 순수미술,
도자기 채색 등을 하며
그림을 꾸준히 그려왔고
컬러링북에 관심이 생겨
제주도에서 살 때 잠시 들러 차를 마신
귤꽃다락 카페를 그리기로 결정하고
사진을 찍은 뒤
뾰족하게 깎은 연한 연필로
살짝 밑그림을 그려
펜으로 드로잉을 이어갔어요.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건물 인테리어를 손으로 그리는 작업은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고
특히 천장을 그릴 땐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라
하기 싫다는 생각만 차올랐지만
그래도 만화 할 때 배운 기술을 발휘하며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릴 수 있었어요.
펜으로 삐뚤 빼뚤 그리기 시작하면서
완벽주의에 길들여졌던
저를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가는 중이기도 합니다.
완벽함을 요하는 보태니컬 아트(식물세밀화)는
이제 가끔씩만 하고 있어요.
https://brunch.co.kr/@shinyartist/181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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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choi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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