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티 Nov 23. 2024

내가 만드는 6펜스

<달과 6펜스>

백은서


나는 찰스처럼 모든 것을 버릴 수 없다. 내가 추구하는 성공은 분명히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돈과 권력, 인정받는 직업과 안정된 가정.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성공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 믿고 있다. ‘예술’이나 ‘자유’를 위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건 내게는 그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나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결과, 즉, 눈에 보이는 성공이다. 일만 파운드와 예쁜 아내, 잘 나가는 직업은 내가 이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지표다. 내 삶에서 그 어떤 것도 찰스처럼 자신을 고립시키고, 모든 걸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스를 보면서 내 안에서도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왜 그토록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있을까?’ 찰스는 물질적 성공이나 사회적 인정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모두 버리며 살아간다. 그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만을 좇으며 살아간다. 나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싶고, 그걸 통해 내 존재감을 확립하고 싶기 때문이다. 찰스처럼 아무것도 아낌없이 버리는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런 삶은 내가 바라던 ‘성공의 정의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찰스를 보며 나는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가 추구한 길이 과연 완전히 틀린 것일까? 그는 예술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며, 물질적이고 외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그가 선택한 길은 고독하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잃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 나는 그가 그 길을 통해 진정한 만족을 찾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물질적이고 외적인 성공만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가 추구한 내면의 자유와 예술적 만족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나는 그가 버린 모든 것을 붙잡고, 그가 외면한 것을 향해 달려간다. 찰스는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나는 그가 알지 못한 한 가지를 알고 있다. '남들보다 잘 사는 것’이 진정한 고독을 부른다는 사실을. 나는 그 고독이 나를 자주 두렵게 만든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내 길을 가야만 한다. 내가 선택한 성공이란 고독과 희생을 동반하는 것이며, 그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 달과 6펜스』는 성공의 기준에 대해 묻는 이야기다. 찰스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보여준 자기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는 내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사회의 기준에 맞춰 잘 사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목표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와 동시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봐야 한다. 찰스의 길이 전부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그처럼 자신에게 충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한다.


나는 찰스와 다른 길을 가지만, 그가 던진 질문은 내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만든다. 내가 추구하는 성공이 정말 나만의 것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어야만 하는지를 말이다. 찰스는 내가 추구하는 성공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찰스는 자신의 길을 갔지만, 나는 그를 보며 더 나은 삶을 향한 욕망이 때로는 내가 원하는 진정한 자아를 가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의 문이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