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기 이전에 나
둥이 육아가 한참이던 때, 둥이에 대한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길을 걷다가 잠시 횡단보도에 멈춰있으면 그 시간은 바로 질문타임이다. "아구~~"로 시작되어 "정말 고생이 많아요."로 끝나는 대화. 여기서 벗어나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그 사이에 들어가는 내용인즉, '쌍둥이냐, 이란성이냐, 누가 위냐, 첫째가 누나라 좋다, 엄마가 고생이 많다. 등' 늘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나중에는 누가 쳐다만 봐도 "남매쌍둥이예요. 얘가 3분 누나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모르는 사람들이 건네는 말이 불편하다고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나와 말이 통하는 어른과 말을 섞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기도 했다. 더욱이 아이들을 예쁘다 해주시는 데 기분 나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질문만 잔뜩 받던 어느 날, 이따 금식 연락을 주고받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목사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고생 많지?
쌍둥이 육아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거야.
일도 다시 시작해야지.
네 삶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데
게으르지 말아야 해.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문장의 메시지였지만, 마음에 쿵! 하는 울림이 있었다. 어린 아이들을 보느라 하루를 다 쓰는 엄마인 나를 생각해 주셔서 하신 말씀이었다. 엄마로서의 나도, 엄마이기 전인 나도 다 챙겨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목사님은 비록 아들만 둘이지만, 마치 날 딸처럼 여기시는 마음이 느껴졌다. 딸 가진 아빠의 마음이 그러니까.
그제야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늘 세수도 제대로 안 하고 잠옷과 외출복의 구분이 거의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일상들. 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체력이 바닥나서 아이들과 잠들어버리는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그날 밤 나는 작은 결심을 했다. 나를 챙기고 돌아보는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가져보기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보기로. 그때부터 달팽이처럼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꿈꾸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나도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을 만나면 이렇게 묻는다. "엄마 몸과 마음은 어때요? 괜찮아요?" 엄마이기 전에 오롯이 나로서 잘 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