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보다 힘든 돌잔치 준비
재작년에 난 재혼을 했다. 재혼을 하고 4개월 차가 되던 달에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둘째가 갑작스레 찾아왔다.
첫째는 올해 3월에 중학생이 되고 둘째는 3월에 돌잔치를 한다. 정신없는 3월이 될 듯하다.
첫째 때는 돌잔치를 간소하게 식당에서 돌잡이를 하고 식사를 했다.
둘째는 첫째와는 다르게 돌잔치를 성대하게 해주고 싶었다. 늙은 나이에 아기를 낳고 1년 동안 육아로 고생한 나와 남편을 위해 그러고 싶었다.
처음 준비해 본 돌잔치 준비는 정말 복잡했다.
돌잔치는 3월인데 9월부터 장소를 예약했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곳에서 할 수 없단다.
우리나라 정말 저출산 맞는지 궁금할 정도다.
장소를 정하고 돌잔치 패키지로 예약을 했는데 패키지에 속해있는 업체 중 마음에 드는 업체를 골라 직접 예약하는 시스템이다. 하나하나 업체를 비교하고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업체를 골랐다.
돌상업체, 스냅사진작가를 고르고 아기 의상도 한복을 입을지 정장을 입을지 고민했다.
아기는 정장을 입기로 했다. 어떤 정장을 입어야 할지 피팅을 해보고 결정했다. 나의 메이크업과 헤어도 예약했다. 지방에서 오시는 가족들의 인원수를 파악해 버스를 대절했다. 버스를 대절하면서 새벽 출발을 하시는 분들의 아침 도시락도 주문했다.
답례품은 두 가지 종류로 주문했다.
아참. 돌잔치 사회자도 예약하고. 성장동영상업체에 사진도 100장이나 추려서 보내야 했다.
모든 게 선택의 연속이었고 내 선택이 최선인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우린 성장앨범을 따로 하지 않았기에 아기가 스튜디오에서 예쁜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없다.
돌잔치에서 슈트를 입으니 아기의 돌 한복사진 정도는 스튜디오에서 찍어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마침 한복을 빌려주고 두 가지 콘셉트정도를 찍어주는 마음에 드는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제 사진만 찍으면 돌잔치 준비 끝이다!
돌 촬영을 하던 날. 아기가 유난히 잠을 설쳤다.
컨디션은 나도 아기도 엉망이었다. 아기는 울기 시작했다. 낯가림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스튜디오에서는 아기 표정이 너무 엉망이라고 컨디션 좋은 날에 다시 찍자고 했다. 졸려하니 푹 재워서 다시 와달라고 했다.
재촬영을 하자는 거다.
아기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나는 죄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재촬영을 하던 날.
졸려하진 않았지만 아기는 여전히 아기는 울었고 스튜디오를 불편해했다.
"졸린 게 문제가 아니었네요."
아기는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 사진작가의 얼굴만 봐도 짜증을 내며 울기 시작했다. 사진작가가 그 어떤 재롱(?)을 떨어도 무표정이었다. 결국 우는 아이를 달래고 달래 뚱한 얼굴의 사진을 겨우 찍었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사진은 몇 장 건졌지만 집에서 아기가 활짝 웃을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집에서는 이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는데.
그나저나 우리에게 남은 건 돌잔치다.
앞으로 3주가 남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괜찮을까... 놀래서 돌잔치 내내 울지도 모른다. 돌잡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짜증이 나서 돌잡이 용품을 집어던질지도 모른다.
3주 동안 아기가 낯가림이 없어지는 걸 바라는 건 내 욕심이겠지.
돌잔치는 12시부터지만 10시부터 스냅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두렵다. 큰 일을 벌여놓고 수습이 안 되는 느낌이다. 돌잔치 때 방긋 방긋은 아니어도 낯선 환경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아무튼 돌잔치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