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고 싶은 날도 있을 텐데 말이야
아기와 함께한 1년이 흘렀다. 육아가 처음은 아니지만, 오랜만이라 모든 게 새롭다. 이제 돌이 지난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젖병 떼기다.
다행히 분유보다 우유를 좋아해서 우유로 쉽게 전환할 수 있었지만, 젖병을 떼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아기가 졸릴 때 찾는 비장의 아이템이 젖병이기 때문이다.
젖병에 생우유를 담아 데워주면 스르르 잠이 드는 모습에, 나는 편리함을 이유로 젖병을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아기가 젖병을 필사적으로는 찾지 않는데 나 스스로 젖병의 달콤한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결국, 3일간 끊었던 젖병을 오늘 낮잠시간에 다시 내주고 말았다. 빨리 재우고 내가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뭐, 젖병 좀 늦게 뗀다고 별일이야 있겠어?
근데 육아전문가가 잠과 젖병을 연결시키지 말랬는데.
어떤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부모의 고민도 달라지는 법이다. 첫째는 모유를 먹고 자라 생우유를 거부했다. 젖병이나 쪽쪽이를 쓰지 않았던 터라 돌 지나서 젖병을 떼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단지 워낙 입이 짧아서 걱정이었다. 우유를 먹지 않으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까 봐 마음 졸이고 의사에게 추천받아 살찌는 파우더를 먹이기도 했다. 두유나 베지밀을 주던 기억도 떠오른다.
돌이 됐을 때 8kg을 겨우 넘길까 말까 했던 아이가, 이제는 공깃밥 세 그릇을 먹는 아이로 자랐다. 그 모습을 보며 ‘어릴 때 저렇게 안 먹어도, 크면 다 달라지는구나’라고 깨달았다. 당시 했던 고민이 그렇게까지 큰 고민이 아니었음을 이제는 알겠다.
그래서 둘째를 키우며 ‘안 먹으면 안 주면 된다, 배고프면 결국 먹게 돼 있다’라고 생각하려 하지만, 머리로만 그렇지 이상하게도 행동으로는 참 힘들다.
아침 식사를 충분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플까 이것저것 먹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점심까지도 적게 먹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둘째는 첫째에 비하면 뭐든 많이 잘 먹는 아이고 성장도 평균 수준으로 잘 성장하고 있는데도 잘 먹던 아이가 가끔씩 밥을 잘 안 먹을 때면 그렇게도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그놈의 밥이 뭐길래.
크면 알아서 잘 먹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