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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따로 움직여야 서로 편하다.

육아의 바통터치

by 쭈우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했다. 함께 움직이고, 함께 쉬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아기가 생기고 나니, 자연스럽게 '바톤터치'가 필요해졌다.
이제는 각자 움직이며 서로의 시간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주말이 그랬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
첫걸음마 신발을 사고, 공원에도 다녀오고, 미용실까지 갔다.

아이에게 첫걸음마 신발을 사서 공원에 가겠다고 했을 때,
나는 그냥 "그래, 해봐" 하고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아직 맨발로도 걷지 못하는데... 그게 될까?' 싶었다.

혹시나 못생긴 운동화를 사 올까 봐, 미리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저 파란 끈이 좋겠다! 너무 귀여워. 근데 아마 못 걸을 걸?"
잡고 걷는 수준의 아들을 드넓은 공원에서 걷게 할 생각을 하다니.
역시나 둘은 공원에서 유모차로 산책을 했다고 했다.

나는 집에 남아 오랫동안 미뤄둔 집 정리를 했다.
'아, 집이 이렇게 고요하다니.'
별거 아닌 일상이지만, 혼자 있는 그 시간이 꽤 특별했다.

미용실에서는 아이가 겁에 질려 악을 쓰며 울었다고 한다.
그 광경을 직접 보지 않은 나는, 솔직히 다행이다 싶었다. 마음은 아프지만, 울음소리를 직접 듣지 않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조금은 덜 흔들린다.

아이도 아빠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평소와는 다른 주말을 경험했다.
남편은 아이를 돌보느라 무척 고단했을 테지만,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남편이 집에 돌아온 뒤, 우리는 자연스럽게 육아 바톤터치를 했다.
남편은 이불 빨래를 하러 빨래방에 혼자 다녀오고, 나는 다시 아이와 함께 집에 남았다.

바톤터치하고 서로의 에너지를 아끼는 것,
우리는 이번 주말을 그렇게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걷지 못하는 아이의 첫 신발은,
오늘도 제 역할을 할 때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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