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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족과 고양이 세 마리의 이사준비

서울이 아니면 어때. 떠나자!

by 쭈우

집이 드디어 팔렸다.
처음 집을 내놓은 건 내가 막 둘째를 임신했을 때였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너무 소식이 없어서 시세보다 조금 싸게 내놓았더니 몇 달 안에 간신히 팔렸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 끝이 났다.

아이가 둘이 되면서 더 넓은 집이 필요해졌다. 고민 끝에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가기로 했다.
중학생이 된 큰아들의 학군이 걱정되긴 했지만, 지금 사는 곳도 아주 좋은 학군은 아니었다. 우린 네 식구의 쾌적한 환경을 우선순위로 두기로 했다.

이사 가는 집은 경기도라는 이유로 지금 사는 집보다도 싸지만, 공간은 거의 두 배다. 방도 많고 생활환경도 나쁘지 않다.

서울을 떠나는 건 내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한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단골 가게가 있고, 계절마다 익숙하게 보이던 풍경이 있다. 그 모든 익숙함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그 익숙함을 벗어나고 싶다. 어디든 좋다.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하루를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매도와 매수 계약이 끝나고 나면 다음은 대출과 인테리어.
좁은 집만 꾸며본 나로서는 이렇게 큰 집을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아직은 감이 없다.
하지만 천천히, 하나씩 준비해보려 한다. 올해 가을은 새집에서 조금 더 풍성하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함께 이사 갈 존재들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고양이 세 마리도 함께다.
밥그릇, 화장실.. 고양이 셋이면 그만큼 챙길 것도 많다. 지금은 베란다에 펫도어를 달아 고양이 전용 화장실을 마련해 줬지만, 새로 가는 집은 확장형 구조라 그런 설치가 어렵다.
고양이는 편하게 사용해야 하고, 두 살배기 둘째는 절대 만지면 안 되는 공간인데, 그 조율이 쉽지 않다. 어디에 어떻게 두어야 아기는 닿지 못하고 고양이들은 불편하지 않을지, 그 고민이 크다.

이제 진짜로, 이사를 준비한다.
여러 가지 문제도 있을 거고 당분간은 정신없겠지만 마음은 가볍다. 드디어 이 좁은 집에서 해방이다!!

서울이 아니면 어때.

나도 넓은 집으로 이사 간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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