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설거지다. 지금까지 살면서 설거지를 하며 단 한 번도 싫다거나 힘들다 느낀 적이 없으니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제사를 끝내고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에서도 싫다는 감정보다는 희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나하나 비눗물에 씻겨 깨끗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릇들을 보노라면 오히려 에너지를 얻기까지 한다. 그렇지, 뭐든 차곡차곡 해나가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지. 뭐, 그런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거리가 있을 때 설거지를 하면 의외로 낙관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희한하게도 설거지를 할 때면 생각이 정리되곤 한다. 글을 쓰다 문장이 풀리지 않을 때면 부러 설거지를 하는데 시각적으로 정화 효과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손가락을 움직여서일까, 떠오르지 않던 문장이 술술 풀려나온다.
설거지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흐르는 물 때문이다. 바다나 강, 계곡, 호수 같은 곳에서 물을 바라보기는 좋아해도 그곳에 몸을 담그는 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아마도 번거로워서 그런 듯하다), 그와 같은 효과인지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개운해짐을 느낀다.
도대체 나는 왜 설거지를 좋아할까? 싶어 이번에도 AI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AI는 친절하게 답을 내어주었다.
"설거지를 좋아하는 심리는 개인의 심리적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거나, 깨끗해지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경험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나 집중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설거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 반복적인 행위를 통한 안정감: 설거지는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어, 일상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는 불안감을 줄이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2. 깨끗해지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 더러웠던 식기가 깨끗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확실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기 쉽습니다.
3. 스트레스 해소: 설거지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잊고 현재의 행위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스트레스 해소나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집중력 향상: 설거지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잡념이 사라지고 현재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집중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5. 개인적인 특성: 일부 사람들은 유난히 청결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정리정돈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성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설거지를 단순한 집안일이 아닌 취미 활동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6. 타인과의 관계: 설거지는 함께 살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설거지를 하면서 대화하거나 서로 도우면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7. 마음챙김: 설거지 과정에서 물 흐르는 소리, 세제의 향기, 그릇을 닦는 촉감 등에 집중하면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음챙김 명상의 일종으로, 현재에 집중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8. 과거 경험과의 연관성: 어릴 적부터 설거지를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경험을 쌓았거나, 가족으로부터 설거지를 칭찬받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 설거지를 좋아하는 심리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설거지를 좋아하는 심리는 개인의 심리적 특성, 상황,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여 설거지를 즐거움이나 안정감을 주는 활동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깨끗하게 하는 똑같은 일인데도 욕실 청소는 좋아하지 않는 걸 보면 내가 설거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2번에서 말한 '즉각적인 만족감'일 확률이 높겠다. 말하자면 설거지는 청소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쉬운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단순하고 쉬운 그 행위가 집중력도 향상하고,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안정감과 성취감도 가져다준다니 기분전환으로 무얼 할까 고민 중인 이들이 있다면 설거지를 해보면 어떨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일단 한번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