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이응노미술관과 관련한 기사를 하나 썼다. 그 기사(https://omn.kr/2edrm)에서 미술관 진입구에 서 있는 소나무와 루버 지붕을 언급하며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로 로랑 보두엥만을 언급했다.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건축가로 보두엥만을 언급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기사가 발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 하나가 달렸다. 이응노미술관을 설계한 이는 보두엥만이 아니라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댓글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공동설계자가 있다는 사실도 그랬지만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몹시 구미를 당겼기 때문이었다.
댓글에 따르면 소나무는 동백림 사건으로 투옥되어 이후 더 이상 한국 땅에 들어오지 못하는 등 탄압을 받은 이응노 화백의 현실적 삶을 상징하고, 그 위를 덮은 지붕 루버는 그를 억누르는 권력을 상징한다고 했다.
댓글을 읽으며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인터넷 자료 그 어디에서도 댓글에 쓰인 내용을 확인해 줄 만한 근거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미술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기로 했다. 몇 차례의 통화 시도 끝에 미술관 홍보담당자로부터 보두엥 외에 공동설계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내용은 아카이브에도 존재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동설계자가 있다는 답을 듣고는 나머지 사항도 확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댓글 작성자의 필명을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했다. 댓글 작성자는 다행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의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 댓글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있는 근거 자료가 있다면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얼마 후 이메일로 답이 왔다. 공동설계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줄 테니 직접 취재해 보라고. 다행히 공동설계자는 취재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지난 16일,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이응노미술관 공동설계자를 만났다. 소나무로 시작된 인연이 가져다준 소중한 만남이었다. 차츰 잊혀 가던 공동설계자는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ps.
이응노미술관에 방문했다가 유독 소나무에 눈길이 갔습니다. 홀로 서 있는 소나무가 생뚱맞아서였습니다. 기사를 쓰며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어디에서도 시원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술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두루뭉술하게 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어떤 눈 밝은 독자가 용케도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린 내용을 알아보고 반박(?)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역시 기사는 두루뭉술하게 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응노미술관의 소나무는 깊이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소나무 덕분에 이응노미술관 공동 설계자인 백문기 건축가와의 대담을 기사로 쓸 수 있었습니다. 언론에 최초로 공개되는 내용이라 마음이 뿌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