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덕분에 영화 <F1 더 무비>를 남편과 보게 되었다. 영화는 서사가 빈약해 우리 부부에게 그다지 감동을 안기지 못했다. 하지만 음악이 좋아서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록 비트에 맞춰 발을 굴렀다.
그런 나와 달리 남편은 어느 한 구석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서사도 빈약하고 음악은 시끄럽기만 했다며 툴툴거렸다. 나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는 록 비트가 왜 좋을까 하고.
그래서 이번에도 AI에게 물었다. '록 비트를 좋아하는 심리'는 무엇이냐고. 역시나 AI는 친절하게 답을 내어 주었다.
"록 비트를 좋아하는 심리는 개인의 성격, 선호하는 분위기, 그리고 음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경험과 연관될 수 있습니다. 록 음악 특유의 강렬함과 자유로움, 반항적인 분위기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해소나 감정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록 음악의 다양한 하위 장르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어, 특정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깊은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1. 스트레스 해소 및 감정 표현: 록 음악의 강렬한 비트와 에너지는 감정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분노나 좌절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2. 자유와 반항의 상징: 록 음악은 종종 자유, 반항, 그리고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의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이러한 이미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록 음악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사회적인 틀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3.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 음악은 개인의 경험과 기억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록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특정 사건이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면, 해당 음악을 들을 때 그 경험을 다시 떠올리며 즐거움이나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4. 특정 장르에 대한 선호: 록 음악은 다양한 하위 장르(예: 메탈, 얼터너티브, 프로그레시브)로 나뉩니다. 각 장르마다 고유한 분위기와 매력이 있으며, 특정 장르에 대한 선호는 개인의 성격, 취향, 가치관 등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5. 집단적 정체성: 특정 음악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종종 유사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집단적인 정체성을 느끼기도 합니다. 록 음악 팬덤은 이러한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시: 록 음악의 강렬한 비트와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는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록 음악 특유의 반항적인 이미지는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록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사람들은 해당 음악을 들을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향수를 느끼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의: 모든 록 음악 팬들이 동일한 심리적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 취향은 매우 주관적이며 개인의 경험, 성격, 가치관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AI의 대답을 접하고 '반항'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혔다.
어려서부터 나는 어른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했다. 특히 친가 어른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그들에게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가스나가 그래갖고 엇다 쓰노"라는 말이었다. '엇다 쓰노'라는 말을 들었다면 엇다 쓰이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흥, 콧방귀를 뀌고 그들을 무시했다. 그들의 질타가 이어질수록 청개구리처럼 더 그들이 원하는 것과는 반대의 행동을 했다. 이후 나는 바지런하고 순종적이며 싹싹한 행동을 쓰임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기준과는 전혀 다르게 게으르고 고분하지 않으며 선머스마 같은 아이로 자랐다. 어찌 보면 나는 그들 덕분에 '쓸모'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고, '여자'라는 단어보다 '인간'이라는 단어에 더 호감을 느끼는 어른으로 자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어른들에게 이쁨을 받고 자라지 못한 청소년 시절은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남들은 힘들다는 아이들의 사춘기 시절을 나는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건넜기 때문이다. 케어에 힘들어하던 영유아 시절을 지나 아이들이 말이 통할 나이가 되자 나는 날개를 달았다. 아이들과의 수다가 이리 즐거울 수가!
아이들이 간간이 보이는 반항, 게으름, 침묵 등은 어른에게 불손하고, 너무 많은 잠을 자고, 지각을 하고, 수업시간에 졸고, 남을 잘 살피지 못하고, 무신경했던 나의 청소년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 훌륭해서 애교로만 보였다. 아이들의 그 어떤 행동도 그 시절의 나를 되돌아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었다.
그 시절의 내게 친가 어른 중 누구라도 나의 존재 자체를 기특해하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생각을 하니 그 시절의 내가 좀 안쓰럽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엇다 쓰노' 한탄하던 한 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 이리 잘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이 육십에 들어 이제야 그들의 안녕을 빌어본다.
록 음악은 사춘기 시절부터 좋아하던 음악이다. 그런데 지금도 트로트보다는 록 음악이 훨씬 좋다. 그렇다면 내게는 아직도 반항할 무언가가 남아 있는 걸까? 한스 짐머의 'F1'을 들으며 좀 더 숙고해 봐야겠다.
ps.
<F1 더 무비>는 서사는 실망스러웠지만 음악과 '피트 스톱'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혹, 그에 대한 감상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