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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책

by na지윤서

이번 주부터 평일 하루 2시간 초등 2학년 여자아이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말하자면 '시터 이모'를 하게 된 것인데 덕분에 그림책을 다시 꺼내 읽게 되었다.


사나흘 함께 지내다 보니 루틴이 정해졌다. 30분은 간식을 먹고, 30분은 보고 싶어 하는 영상을 보고, 30분은 그림책을 읽고, 30분은 종이접기를 하고.


말하자면 1시간은 휴식시간이고 1시간은 놀이시간인 셈이다.


종이접기는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이다. 종이접기 책을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정하고 내게 색종이도 권하며 접기를 가르쳐 준다. 아이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잘 하지 못하면 다정한 목소리로 천천히 다음 방법을 알려주고 곧잘 따라 하면 신이 나서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림책은, 한 권은 아이가 자신의 집에 있는 그림책 중 하나를 골라 내게 읽어주고, 한 권은 내가 집에서 가져간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준다. 나는 이 시간이 가장 좋다.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아이가 자신의 집에 있는 책에 흥미를 보여 좋고, 나는 내 아이들이 예전에 읽었던 그림책을 다시 들춰보게 되어 좋다.


만난 첫날, 나는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아이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싶어 책에도 부모(저자)와 태어난 곳(출판사)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판권 보는 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이런 사실을 무척 흥미로워했다.


첫날, 집에 있는 그림책 10여 권을 뽑아와 판권을 들춰보더니 이제는 책을 볼 때마다 판권을 찾아 책이 출판된 연도와 인쇄된 숫자를 보고는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가늠할 줄 알게 되었다('44쇄'라고 찍힌 책에서는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일단 1년은 아이와 함께할 생각이다. 그러니 계획대로라면 아이는 480권의 그림책을 1년 동안 접하게 될 것이다. 그 정도면 아이에게 그림책은 친근한 사물로 남지 않을까. 그러기를 바란다.


내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를 낳으면 서가에 묵혀 놓은 그림책을 다시 꺼내 읽어주리라 마음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다시 그림책을 꺼내 읽게 될 날이 이런 형태로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미처 몰랐다.


역시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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