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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선물, 나의 선물

by na지윤서

돌보고 있는 아이에게서 책을 선물 받았다. 일주일을 지내보고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어서 깜짝 놀랐다.


아이가 직접 고른 책이라는데 책은 지난달 20일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우치다테 마키코라는 일본 작가의 책인데 초입을 읽어 보니 늙어서도 외면 가꾸기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각본가로 데뷔한 이력답게 문장이 짧고 대화체가 많아서 책은 술술 읽힌다. 책을 읽으며 아이가 내게 선물하려고 서점의 매대를 서성였을 풍경이 떠올라 마음이 흐뭇했다.


책을 선물 받고 답례로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데 곁에 있던 큰아이가 종이접기를 좋아하니 그와 관련된 것이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그러더니 초등 6학년 시절 한창 빠져 접었던, 애지중지 보관하던 작품을 들고 나온다. 맞다. 큰아이가 6학년일 때 종이접기 책을 한 권 사주었는데 큰아이는 거기에 나오는 장식 작품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접기에 몰두했었다.


작품과 함께 그 작품을 접을 수 있는 책도 선물하자 했더니 자신이 가진 것은 줄 수 없다며 인터넷을 뒤져 책까지 주문한다(책은 절판되어 중고로 샀다). 이런 고마울 데가!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그림책을 선물로 주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선물. 아이는 선물을 받고 "엄청"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좋아했다. 특히 큰아이가 접은 장식물에 마음을 빼앗겼다.


오늘 아이 집에 갔더니 장식물을 자신의 문고리에 걸어놓았다. 그 모습을 사진을 찍어 큰아이에게 전송했더니 뿌듯해한다.


오늘도 아이와 그림책을 읽었다. 아이가 읽어준 그림책은 『팥 할아버지와 토끼』, 내가 읽어준 그림책은 『달라질 거야』. 나는 계속 앤서니 브라운의 책만 읽어주고 있는 중이다. 아이가 그림책 작가의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이의 입에서 이제는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이름이 술술 나온다. 작가를 기억하는 아이를 보니 마냥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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