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서 남산 '하늘숲길'(10월 25일 개통)의 정취를 전해 들은 것은 11월 초였다. 남편은 토요일마다 남산도서관으로 강의를 나가는데 일이 끝나면 꼭 남산을 일주한다. 그러면서 남산의 정취를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톡방에 올린다. 근사한 풍경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에게 남편은 본의 아니게 남산의 변화를 가장 발 빠르게 전하는 소식통이 되었다.
"굳이 멀리 단풍 구경 떠날 필요 없어. 단풍이 제대로야."
하늘숲길을 걷고 온 날에도 남편은 단풍 사진과 함께 소감을 그렇게 전했다. 남편의 말에 '가봐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좀체 짬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한해의 마지막 제사를 마친 다음 날, 드디어 남산 하늘숲길을 찾게 되었다.
11월 중순이었지만 하늘숲길의 단풍은 여전했다.
"와~ 대박!"
숲길을 오르는 동안 곳곳의 단풍을 보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단풍은 카메라에 그 빛깔을 온전히 담을 수 없을 만큼 여전히 붉었다. 남편은 나뭇잎이 많이 떨어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이제야 단풍을 만끽하는 입장에서는 사라지지 않은 그 빛깔에 그저 감탄만 연발했다. 도심에서 단풍 삼매경에 빠진 날로 기억될 만한 특별한 순간이었다.
하늘숲길은 남산도서관 '소월정원'에서 시작한다. 종착점은 '건강정원'(남산타워에서 내려오는 이들에게는 시작점과 종착점이 거꾸로겠다). 총길이는 1.45km로, 길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한 나무 데크로 이루어져 있다. 데크의 폭은 휠체어 두 대가 지나기에는 좀 좁은 듯 보이는데 군데군데 전망대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비켜 지나기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남산 하늘숲길은 2023년부터 서울시 총괄 건축가와 직원들이 험준하고 길이 없던 숲을 오가며 최적의 동선을 찾아내 만들었다고 한다. 데크길은 나무가 없는 빈터를 중심으로 최대한 지형을 유지해 선정했고, 나무가 있는 곳은 구조물로 보호하거나 노선을 우회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걷다 보면 그런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데크를 뚫고 솟은 나무와 난간 곁에 바짝 붙어 비스듬히 자라는 나무를 흔하게 마주치기 때문이다. 지그재그길이 많은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인간에게 편한 길은 자연에게는 그다지 이로울 것이 없다지만 도심에 산책길이 늘어나는 것에는 어쩔 수 없이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하늘숲길의 봄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