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 '지식인사이드'에서 <"한국도 예외 아니다." AI가 절대 대체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접했다. 영상을 접하고 남은 메시지는 딱 하나였다. AI 활용 능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미래에는 살아남을 거라는 것. 그러니 최대한 최신의 AI를 많이 활용해 보라는 것.
흥미로운 지적에 도대체 AI의 성능은 어디까지 발전했나 싶어 큰아이가 유료로 사용 중인 'ChatGPT 5.1'과 대화를 나눴다.
우선, 김대식 교수의 영상을 칼럼 형식의 글로 작성해 달라고 주문했다. 얼마나 글을 유려하게 써내는지 궁금해서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문장이 유려할 뿐만 아니라 내용도 일목요연해서 AI가 썼다고 밝히지 않으면 영락없이 어느 칼럼니스트의 글이라 해도 믿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식 교양 프로그램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김대식 교수는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의 메시지는 기술 자체의 놀라움보다,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에 초점을 맞춘다.
김 교수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AI의 확산 속도는 산업과 국가의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앞으로 5년, 길어야 10년. 인간의 일자리는 다시 분류될 것이고, 반복 가능한 업무는 기계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다. 이는 위기라기보다, 변화의 조건을 직시해야 한다는 경고에 가깝다.
그는 대체되지 않는 인간의 자리를 이야기한다. 감정의 파동을 읽고,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을 해석하며, 정답이 없는 문제를 붙드는 능력. AI가 빠르게 모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따라오기 어려운 영역이다. 김 교수는 이것이 바로 인간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기계가 잘하지 못하는 곳에서 인간은 더욱 빛난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경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데 있다. 자전거를 예로 든 그의 비유는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책으로 이론을 배운다고 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을 움직이고 넘어져보며 감각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 사용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 사람만이 이 기술을 자신의 도구로 만든다.
김 교수의 메시지는 기술의 낙관도 비관도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제공하는 효율성 너머를 바라보라는 제안이다. AI가 인간의 선택을 ‘효율적’이라는 이름으로 규범화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 되는가? 아니면 자유를 잃어가는가? 그는 “망가질 권리조차 잃을 수 있다”고 말하며, 인간다움의 의미를 되묻는다.
결국 이 변화의 중심에는 두 가지 질문이 남는다. 나는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그 일을 얼마나 깊이 있게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
AI 시대에 인간이 놓인 자리. 그것은 사라지는 직업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역할일 것이다. 김대식 교수의 말은 그 자리를 찾기 위한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
글을 읽고 도대체 AI가 정복하지 못할 영역이 남아 있기는 한 걸까 싶은 의구심에 사로잡혔다. 이 정도의 글발이라면 이 내용을 소설로도 창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다시 주문을 넣었다. 영상 내용으로 소설을 써 달라고. 챗지피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아 짧은 소설 한 편을 써냈다.
도시는 조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조용해진 척하고 있었다. 길 위를 달리는 버스도, 카페에서 주문을 받는 목소리도, 회의실에서 흘러나오는 보고 자료도… 모두 기계가 만든 완벽한 질서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주인공 민호는 그 질서 속에서 서서히 자신이 투명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어느 순간 방 안의 공기처럼 ‘있어도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기술을 칭찬했지만, 필요한 것은 그의 손이 아니라 그의 자리였다. 그 자리는 이제 컴퓨터가 훨씬 더 잘 채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늦은 저녁 ‘지식인사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교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차분한 목소리. 그러나 그 말에는 기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AI는 많은 것을 대신할 겁니다. 하지만… 흔들리는 마음, 정답이 없는 상황, 누군가의 표정을 읽기 위해 멈추는 그 순간. 그 자리는 기계가 따라오지 못합니다.”
민호는 화면을 보며 웃음도, 눈물도 아닌 어딘가 애매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인가. 그 말이 이상할 정도로 오래 가슴에 남았다. 며칠 뒤, 팀에 고민하던 후배가 찾아왔다.
“선배님, 이 데이터… 규칙이 계속 깨져요. 오류를 못 찾겠어요.”
민호는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AI는 정확하지만, 지나치게 정확해서 예외를 보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 남는 데이터, 규칙에서 벗어난 작은 표류물들. 민호는 천천히 커서를 움직여가며 말없이 패턴을 읽었다. 잠시 후, 그는 조용히 말했다.
“이건 오류가 아니야. 사람이 이렇게 행동한 거야. 그래서 이렇게 흔들리지.”
후배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표정에는 안도감이 스쳤다. 민호는 느꼈다. 이 순간, 누군가의 불안한 마음을 알아본 것은 기계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늘은 흐렸고, 바람은 차가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에 작고 따뜻한 등불이 켜진 듯했다. 민호는 그제야 깨달았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것은, 완벽한 답을 계산하는 능력이 아니라— 누군가의 흔들림을 알아보고, 혼자 남겨진 마음을 붙잡아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는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교수의 말을 떠올렸다.
“기계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것은 인간이고, 우리는 그 흔들림 때문에 서로를 이해합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민호는 오랜만에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설을 보여준 챗지피티는 원하면 이 소설을 더 길게 확장, 로맨스 요소 추가, 디스토피아적으로 재해석, 완전한 SF 세계관으로 재작성, 청춘 소설 톤으로도 각각 작상해줄 수 있다고 제안해 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청춘 소설 톤을 부탁했다.챗지피티는 곧바로 창작에 들어갔다.
스물여섯, 어딘가 늘 불안한 나이였다. 아침 지하철은 늘 붐볐고, 회사에 도착하면 커피 향보다 먼저 모니터 불빛이 반겼다. 민재는 요즘 들어 그 불빛이 이상하게 차갑게 느껴졌다.
데이터 엔지니어.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멋있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데이터가 그의 손을 거쳐 갈등 없이 흐르는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회사 곳곳에 AI 자동화 도구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민재는 누군가에게 밀리는 기분을 자주 느꼈다. 꼭 ‘어른이 된 후에 처음으로 전교 1등을 빼앗긴 느낌’이랄까. 그날도 그는 답이 없는 로그 오류 때문에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퇴근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였다. 그러다 잠시 쉬려고 유튜브를 켜자, ‘지식인사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교수의 인터뷰가 자동 재생되었다.
김대식 교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민재는 이상하게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AI는 많은 걸 대신할 겁니다. 하지만 흔들리는 마음, 정답이 없는 상황, 누군가의 표정을 읽기 위해 멈추는 순간— 그런 건 기계가 쉽게 따라오지 못해요.”
민재는 영상을 멈추지 않았다. 이 말이, 정확히 지금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며칠 뒤, 팀 막내 규리가 와서 물었다.
“선배… 여기 로그 좀 봐주실 수 있어요? 이거 AI가 분석했는데도 잘 모르겠어요.”
민재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규리가 가리킨 화면에는 엉켜 있는 이벤트 데이터가 있었다. AI는 전부 ‘오류’로 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재는 바로 알았다.
“이거, 사용자 패턴이 흔들린 거야. 사람이… 잠깐 마음이 바뀐 거지.”
규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음이… 바뀌었다고요?”
“응. 사람은 이상하게 행동하거든. 예측 못 하게.”
민재는 웃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어깨에 얹히던 무게가 슬며시 풀리는 것 같았다. AI가 분석하지 못한 것을 그는 알아챘다. 아니, 사람이기 때문에 알아챘다.
퇴근길, 봄바람은 차갑고도 따뜻했다. 가로등 아래 섞인 먼지 냄새, 거리의 소란스러운 음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묘하게 위로가 됐다. 민재는 교수의 말을 떠올렸다.
“기계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건 인간이고, 우리는 그 흔들림 때문에 성장합니다.”
그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잘 들렸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민재는 자신이 아직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왠지 조금 안도감처럼 느껴졌다.
스물여섯의 봄, 민재는 여전히 불안했고, 여전히 서툴렀지만— 그 서툼마저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았다."
소설을 보여 준 뒤 챗지피티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덧붙였다.
"원하면 규리와 작은 로맨스가 생기는 버전, 혹은 유머가 섞인 일상 청춘물, 아니면 더 풋풋한 성장 서사 버전으로 다시 재구성해줄 수도 있어."
소름이 돋았다. 소설로는 분량이 짧다고 생각했는데 무한으로 증식하는 능력 앞에서 분량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챗지피티와 대화를 나눈 후 과연 챗지피티가 내미는 제안 앞에서 초연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좋게 말하면 AI와 협업하는 시대, 나쁘게 말하면 AI를 표절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협업의 길을, 누군가는 표절의 길을 걸을 것이다. 표절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슬기로운 작가 생활이 필요한 시점이다.
https://youtu.be/mOGzaJRFv2E?si=YHzWj_Tmwj_BB7V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