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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거실

by 소원상자

거실은 집의 심장처럼 맥박을 뛴다.

아빠가 앉아 있는 거실은 더더욱 그렇다.

익숙한 소파 위에 휴대전화와 리모컨이 작은 섬처럼 흩어져 있고, TV에서는 늘 비슷한 톤의 정리된 뉴스 앵커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 소리보다 더 크게, 거실을 채우는 건 아빠의 호흡이다.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는, 묵직한 삶의 리듬.

그곳은 아빠의 사색이 머무는 자리이자,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성스러운 장소다.




가족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아빠의 시선도 따라간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거실일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아빠의 시간이 가장 오래 축적된 공간.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묵묵히 흘러온 세월과 버텨낸 무게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거실은 아빠의 에세이고 그는 이곳에서 세상과 가족의 경계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 파수꾼 같다.

말없이 쓰인 문장들이 어깨 위에 기록돼 있고 등은 가족을 위해 뛴 하루가 무거워 살짝 굽어있다.

그 침묵의 원고 위에 우리도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왔다.

어쩌면 아빠가 쓰고 싶은 가장 긴 글은 이 거실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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