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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의 방 문 앞에서

by 소원상자

나는 고인이 된 마왕 신해철 님의 오래된 팬이다.

모든 곡을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넥스트 아버지와 나 미발표곡을 포함한 Part1.2.3을 참 좋아하는데 내레이션 중 너무나 강하게 와닿았던 part 3 中

'아이는 그가 스스로 방문을 열어준 적은 없었으나 문을 잠근 적 역시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와의 거리를 둔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기다리자고 결심했다.




사춘기 아이의 방 문은, 단순히 공간을 가르는 문이 아니다.

그 앞에 서면 부모는 언제나 잠시 멈칫한다.

들어갈 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등을 돌릴 수도 없는 자리.

닫힌 문은 아이에게는 자율과 비밀을 지켜주는 성벽이고, 부모에게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일깨우는 상징이다.




틈으로 새어 나오는 암호 같은 언어, 그 속에는 아이가 자기만의 세계를 건설하는 치열한 시간이 들어 있다.

우리는 그 언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성장의 또 다른 방식임을 직감한다.




문 앞에 선 부모는 흔히 두려움을 느낀다.

아이가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마음의 거리를 두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문은 벽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안과 밖을 넘나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잠시 필요로 하는 장치일 뿐이다.

그래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하다.

억지로 문을 열지 않고, 그렇다고 등을 돌리지도 않는 것. 가만히 기다리며, 노크 한 번으로

“나는 여기에 있다”는 신호를 남겨두는 것이다.




언젠가 아이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올 때,

그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것이다.

사춘기 아이의 방문 앞에서, 우리는 아이와 나 사이의 새로운 거리를 배운다.

그것은 멀어짐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호흡 같은 간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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