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피할 수 없는 슬픔이라면, 이왕이면
따뜻한 햇살 아래였으면 좋겠다.
차가운 그늘 속 날것의 공간보다 부드럽게 내려앉은 빛 속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릴 때, 빛이 그것을 스친다.
그 순간, 눈물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어떤 진실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햇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대신 곁에
있어주는 것으로 위로를 대신한다.
그것은 “괜찮다”라는 말보다 더 오래 남는다.
슬픔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지만 햇살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서는 슬픔이 너무 쉽게 절망으로 변한다.
그러나 햇빛 속에서는 그 모양이 조금 달라진다.
여전히 아프지만, 그 아픔이 나를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금은 살아 있게 한다.
살다 보면, 아무도 모르는 시간을 견뎌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 햇살은 벗이 된다.
따뜻한 빛 한 줄기가 마음의 균열을 천천히 덮는다.
언젠가 그 빛이 슬픔의 끝을 알려줄 것이다.
슬픔은 피할 수 없는 계절이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온다.
그러나 그 계절이 전부 추운 겨울일 필요는 없다.
나는 슬픔 속에서도 봄빛 같은 하루를 기억하고 싶다.
그러니, 반드시 슬픔을 겪어야 한다면,
나는 따뜻한 햇살 아래서 겪고 싶다.
그 빛 아래서라면, 어쩌면 모순 같은 슬픔 속 따뜻함을 느끼며 조금 덜 춥고 조금은 덜 외롭고
덜 잔혹하다 느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