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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듀 5시간전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가?

역경과 고난은 긍정적 결과만을 초래하는가

우리가 살아가며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문구가 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말로 알려진 이 문장은 동기부여의 대표적인 문구로 자주 인용된다. 역경을 극복한 자신을 칭찬하거나,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견뎌낼 용기를 얻고자 할 때 이 문장을 꺼낸다. 


이 문장은 듣기에 멋지고 강한 인상을 주지만, 보편적인 진리라 말하기에는 논리적인 허점이 존재한다. 인간이 겪는 모든 고난의 결과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항상 "더 강한 나"를 만들어내는가? 그 결과가 정반대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제 이 문장을 논리적으로 찬찬히 살펴보자.



강해지는 것은 항상 가능한가?


니체의 이 말은 역경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더 나아가 강하게 만든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전제가 모든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일까? 역경을 겪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강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움이 더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반대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심각한 가정 폭력을 겪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누군가는 그 고난을 딛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지만, 누군가는 그 경험의 여파로 성인이 된 후에도 심리적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역경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며, 그 결과도 다양하다. 단순히 고난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더 강해진다고 단정 짓는 것은 개인의 고통을 간과하는 일반화에 불과하다.


강함은 결국 상대적인 개념이다. 심리적 강인함이나 육체적 힘이 늘어나는 것을 강함이라 정의할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역경이 강함이 아닌 약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강해졌다는 느낌은 스스로가 결정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상태일 때가 많다. 그렇다면 니체의 말은 강함의 기준조차 불명확하게 만들어 버린다.



인간은 결국 유한하다


설령 누군가가 고난을 극복하며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본질적으로 유한한 존재다.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노화와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점차 노쇠하게 된다. 결국, 고난을 통해 강해지는 과정이 있더라도, 그 강함은 일시적이고 조건적인 상태에 불과하다.


자연적 노화는 우리를 서서히 약화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다. 그에 비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역경과 고난들은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늙어가는 것보다 더 심각한 고통을 주는 것들이 많다. 천천히 늙어서 죽음에 이르는 것에 비해, 우리네들 삶속에서 겪는 역경과 고난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즉, 더 큰 고난일수록 더욱 더 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을 보면 오히려 감당하기 적당한 역경을 극복하는것이 강해지는데 '가성비' 좋은 선택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강해지기 위해서 고통을 목적으로 삼을 수 없다


니체의 문장은 은연중에 고통을 통해 강함이 강화된다는 인과 관계를 암시한다. 앞서 말했듯 고통의 크기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그만큼 더 강해지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작은 어려움도 우리를 큰 좌절에 빠뜨릴 수 있으며, 반대로 큰 고난도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못할 때가 있다.


또한 니체의 말에 따르면 고난의 극복은 '강해진다' 라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고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강해지기 위해서 일부러 고통을 선택하려 들지는 않는다. 살아가다 어려움이 내게 닥쳐버렸고,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 하는 행위에 가깝다. 그러니 고통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내게 닥친 고통을 통해 강해지기를 기대하며 무작정 참고 견디는 태도는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위험이 크다. 



강해지지 못한 나를 혐오하지 말 것


니체의 말은 분명 우리에게 영감과 위로를 주며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그 말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혐오하거나 나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역경을 극복하지 못해 약해진 자신을 보며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다. 혹은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지만 당신은 그 이전보다 의기소침해지고 방어적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겪고 있는 연약함과 상처는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강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당신이 여전히 존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상태를 인정하고, 필요한 회복의 시간을 허락하자. 당신이 약해졌다고 느낄지라도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 알게 되었다. 모든 역경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고난 속에서도 당신은 여전히 당신 자신으로 존재하며,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강해진다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당신을 돌보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삶의 역경 속에서 때로는 강해지고, 때로는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것, 마음껏 아파하고 약해져도 된다.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일지 모른다.


그러니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더 강해지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길. 중요한 것은 당신 그 자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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