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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 Jul 04. 2020

엄마의 토마토 우유빙수

우리의 라따뚜이

어릴 적 기억은, 꼭 3음절 이상의 영어단어 철자처럼 늘 헷갈린다. 내가 정말 그 시점부터 쭈욱 기억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주기적으로 그 시절 사진앨범을 들춰본 탓에 스스로가 기억한 줄로 착각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예를 들면 이런거? 보행기에 엉덩이가 껴서 울었던 기억이 "나는 것만 같다."



하지만 몇 가지 기억은 아주 확실하다. 엄마가 만들어준 토마토 우유빙수 같은 게 그렇다.


난이도 별 한개짜리 토마토우유빙수 만드는 법!


어린 나와 동생을 키우던 젊은 엄마에게는 두 딸의 건강을 해치기 딱 좋아서 낙제점을 매긴 음식 리스트가 있었다. 콜라, 라면이 대표주자였고 아이스크림도 아마 그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었는데 재료가 좀 특이하다. 얼린 토마토에 우유라니.


궁금해하는 룸메와 남자친구에게 만들어줬다.


뙤약볕 아래서 한참을 놀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부엌으로 뛰어가면 식탁에 놓여있던 연분홍색 아이스크림. 토마토마에서 단맛을 조금 빼고 우유를 끼얹은 맛.

인중에 자잘하게 맺힌 땀을 곁들여먹었던 탓에 단짠단짠이 되어버리곤 했던 토마토 빙수는 내 유년시절의 *라따뚜이다.





*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알고 보면 소박하기 그지없는 라따뚜이라는 음식이, 깐깐한 미식가의 추억을 소환해서 딱딱한 표정을 흐물흐물하게 녹여버린 장면을 기억합니다.

[우리의 라따뚜이]에서는 '라따뚜이'라는 단어를 '기억이 담긴 음식'의 대명사로 활용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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