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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Jul 28. 2022

공돌이에서 호주 간호사 되기.

원래 영어를 좋아했다. 읽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잘난 체하며 해리포터 원서를 손에 쥐고, 지하철에서 고속버스에서 읽고 하는 혼자 만의 쾌감이 있었다.

그 꼬부랑글씨에 꼬부랑 말투!! 그 멋있음이 날 더 심취하게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졸업하고 입사를 했다.

신출 내기였지만, 나름 괜찮다고 하는 외국계에, 일도 미국인 사장 통역이라고 해서 덥석 지원해서 덜컥 합격해 버렸다.

하지만… 말만 외국계였고, 뼛속부터 한국 찌 인한 상명하달 문화!!! 시키면 무조건 해야 하고, 토를 달아서도 안되고, 내 의견은 조용히 생각만 해야 하는 곳.

미국인 상사도 그런 문화에 너무 진이 빠져 있어 보였다. 의견을 이야기하라 그래도 한마디도 못하고 그저, 일방통행인 대화에 회의도 무의미하게만 느껴진다 했다.



답답한 회사 공기는 나를 더욱더 짓누르고 신입인 나에게 사람들의 눈초리는 차갑고도 날이 서 있었다.

난 잘난 체를 한적도 없는데, 잘난 체하는 비서라고 소문이 났다.

거기에서 얻는 한 가락 희망이라고는 미국인 상사의 통역일을 한다는 나만의 고장 난 자부심이었다.


그러고 1년 7개월을 꾸역꾸역 다니다.. 불연히 혼자 편의점에 나와 프렌치 카페 커피에 빨대를 푹 꽂아 쭈욱 빨며 생각했다.


떠나야겟다!

정말 이곳은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

내 영혼이 타서 사그라드는 것 같아..


다른 회사를 찾아볼까? 도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화학 회사에 일하는 내 모습을 10년 뒤에 내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공부한 것이 너무 아깝고, 아쉬웠지만, 10년 뒤 원하는 내 모습이 이게 아니라면, 어서 빨리 다시 공부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28살,. 늦었다면 늦은 나이지만, 미래를 위해 다시 한번 큰 도전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뭐가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몇 해전, 미국 사촌 언니가 스치듯 한 이야기..

“ 너도 간호 공부를 해 보는 게 어때?, 여기 캘리포니아에서 공부하면 내가 도와줄게! “


그래..! 거기를 가야겠다!  거기 가서, 영어 공부도 더 하고, 간간히 캘리포니아 바다도 구경하면서, 그렇게 지내보자!

언니랑 같이 살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무작정 사직서를 적었다.


더 있어야 할 이유도 내 구실도 없는 거 같아

홀가분하게 사표를 내고, 백수가 되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유학에 대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시 토플 시험공부를 하고, 여기 저리 서류도 준비하고,

유학원에도 연락을 하고,

잘 되는 거 같다가,


제동이 걸렸다.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려고 그랬는데, 미국 학생 비자는 일을 하게 되면 불법이라고 했다.


곤란했다.

회사 생활해서 모은 돈이라 해봐야 학비를 내고 비행기 값을 해도 빠듯한데,

생활비며, 렌트비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언니 집에 살아도 어느 정도는 내야 하지 않을까..

일하면서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여러 군데를 찾다 보니, 호주는 학생 비자여도 일을 할 수가 있다고 했다.


오호. 그럼 호주. 여기로 가자!


그렇게 다시 일사천리로 준비를 하고. 8개월 뒤.

간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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