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주 사는 이야기 Jul 29. 2022

호주에서 응급전화 거는 법

000

트리플 제로- 제로가 셋이라는 말이다.

응급 시엔 트리플 제로-  불이 나든, 도둑이 들었든, 위협을 느꼈든, 아프든. 000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전체 통합원이 앰뷸런스? 폴리스?라고 하면 골르면 된다.

앰뷸런스.

지역은?

브리즈번. 어디

그럼 다시 연결. 상황 설명하고, 그럼 차가 온다. 대략 10-20 분. 경중에 따라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수도 생긴다.



한국에선 112, 119로 따로 전화는 것과는 달라서,

때에 따라 000 가 아니면 뭐였더라?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당황하면, 000도 헷갈리고. 911 인 것도 같았다가,

112 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호주에서 산지 14년이 다 되어 가도, 아직도 112, 119 가 내 머릿속에 더 깊이 각인되어 있는 걸 보면,

초등학교 때 교육을 잘 받은 거 같다.


아들 셋이나 보니, 자잘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첫째 아들이 기어코 시멘트 모서리에 잎 밑 부분을 크게 찍히고 말았다.

시멘트 모서리로 겉 부분이 찍혀 피가 나고, 또 입 안에서는 이빨로 입술이 찢어서 버려, 입술 자체가 금세 부어오르며,

피가 철철 나고 있었다.

그때가, 간호사 3년 차.

내가 부른 응급전화만 해도 20 통이 넘는데,  000 이 생각이 안나는 거다.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지혈을 하면서. 000 걸기란 정말 난제 중 난제였다.

아이는 울지.

우는 아이는 안아야지.

주변엔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지.

아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결국 연결이 되었는데,

아이가 운다고 잘 안 들린단다.

우는 아이를 조용히 시킬 방법은 없고.

소리소리 질러 주소를 말하는데, 자꾸 모르겠단다.

그 공원이 너무 커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달란다.

아… 야.

나도 애들 자전거를 타고 내려 내려오는 길이라 여기가 어딘지 주소가 뭔지 낸들 알리?


답답한 속을 부여잡고서.

됐다고 일단 됐다고 하고.

지혈을 끝내고. 우는 아이 들쳐 안고 냅다 뛰어 집으로 갔다.

입 상처는 어차피 꿰매기 힘들고.

겉 상처를 보니, 폭. 찍혀서 일단 소독하고. 진통제 먹이고.

이빨은 괜찮고 다른 상해는 없고. 의식은 또렷하고.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먹이며, 달랬다.


간호사라서 다행인 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나마 감을 잡을 수 있다는 정도이다.

엄마로서는 울고 아픈 아이를 보는 건 힘들고, 스트레스라는 거.

하지만 병원에 가보았자 뭐 할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집에서 일단 진정 안정을 해 보았다.


다행히. 괜찮았다.

차가운 음료수를 많이 줬고.

진통제 먹이고 장난감 사주며 지도 놀랬을 가슴을 달래주고.

괜찮아 질거라 말해 주었다.


사실 아이들은 금방 까먹긴 한다.

아프지만 않으면. 언제 다쳤냐는 듯, 금방 다시 활기를 띠고 똑같은 방식으로 노는 걸 보니 또 까맣게 잊은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상처를 육안으로 계속 보는 나는 그게 참 힘들다.

상처 남으면 어쩐다. 병원 안 간 거 후회할라나. 상처가 덧날라나.  금이 갔으려나..



민준아.! 너무 세게 뛰어다니지 마 1! 천천히!!!’

제잘 살살 뛰어다녀…!!


애타는 건 나뿐이다.


000 꼭 기억해서 급할 때 쓰길 바라며..

운전을 할 수 없을 때( 이렇게 아이를 안아야 할 때나, 운전을 못할 때. 애기가 경기를 일으킬 때 등,,)


주소를 말할 땐, 천천히 또박또박.

주변 건물 위치를 알려주며 최대한 가까이 부르기.

집이며 좋겠지만, 사고는 어디든 날 수 있으니.

건물 위치 등을 살펴 가며 돌아다니는 것도 팁!

예를 들어, 무슨 공원 초입에서 80 미터 걸어 들어왔다 등으로…


그럼 오늘도 다들 안전한 하루 보내길!



작가의 이전글 공돌이에서 호주 간호사 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