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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천국, 이탈리아 리구리아

Portofino 뽀르또 피노

by 이지윤

자릿세 1인 5유로

물 5유로

잔 와인 1잔 15유로

감자와 삶은 문어 1인분 25유로

도미 소금구이 1인분 40유로


40유로짜리 도미 소금 구이 1인분. <Ristorante Da I Gemelli>, Portofino 사진: 이지윤


레스토랑 자릿세가 1인당 5유로에 물이 5유로? 무슨 미슐랭 레스토랑도 아니고 이탈리아에서 이런 바가지는 처음입니다.


뽀르또 피노 Portofino 작은 항구, 소박한 작은 레토랑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하우스 와인 1잔이 무려 15유로! 제가 무슨 프랑스 산 샴페인을 마신 것도 아닙니다. 둘이서 잔으로 파는 화이트 와인 2잔, 레드 와인 2잔을 마신 것뿐인데 와인 4잔 가격이 60유로? 리구리아에서 그 지역 베르멘티노 Vermentino와 베르멘티노 네로 Vermentino Nero를 각자 두 잔씩 마셨을 뿐입니다. 60유로면 보통 이탈리아 웬만한 원스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괜찮은 그 지역 토착 품종 와인 1병을 마실 수 있습니다.


한 병에 소매로 11.50유로 하는 와인을 한 잔에 15유로에 파는 대담함! 이탈리아 사람들도 놀라 혀를 내두를 심한 바가지입니다.


이 정도면 바가지로 악명 높은 베니스보다 한 술 더 뜨는 것 같습니다.


“현금 결제 할인을 20유로 받았으니 잔 와인 한 잔에 10유로를 냈다고 치자.”하고 애써 합리화 해 보지만 바가지요금에 속이 부글부글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 작은 항구 식당 옆 있을 법하지 않은 자리에 떡 하니 롤렉스 전문 시계 매장이 숨어 있고, 루이뷔통, 보떼가 베네따 같은 가게들이 보일 때 실눈을 뜨고 잘 바라봐야 했나 봅니다. 근처 식당엔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 가수 엘튼존, 전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까지 왔다 갔는지 사진이 아주 크게 떡 하고 붙여져 있는 걸 봤을 때, 이 동네 바가지를 직감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엘튼 존과 베를루스코니 사진이 전시되어 있던 맞은편 식당. 사진: 이지윤


늦은 점심 식사 후, 속상한 마음 소화나 시킬 겸 뽀르또 피노의 마지막 땅끝까지 산책을 갔습니다. ‘등대 라운지 바’가 있다고 해서 따스한 커피나 한 잔 하려 했습니다만, 아쉽게 문이 닫혀 있습니다.


피에몬테에서는 흔하지 않은 올리브 나무와 유칼리툽스 나무를 보며 내 무릎 어쩌나 싶게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 돌아가는 길, 친구가 소리칩니다. “잠깐! 나 화장실 좀!” ‘어허……. 이 일을 어쩌나.’ 싶은 찰나, 산책로 입구 공동묘지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동네에든 공동묘지엔 화장실이 있잖아. 거길 가보자!” 웬걸요, 물값도 아까운지 화장실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주차장엔 있겠지?” “아니, 나올 때 봤는데 주차장에도 없더라.” 급히 화장실을 찾던 차, 눈에 들어온 화장실. 그럼요, 이탈리아, 그것도 리구리아에서요? 당연히 유료입니다. 1유로를 넣어야 회전문이 열리는 방식입니다. “이 자비 없는 구두쇠 리구리아 놈들 같으니!” 1유로를 넣고 들어간 화장실이건만, 상태는 처참합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적어도 유료 화장실이라면 청결과 온열, 화장실 휴지는 기본이지만……. 이곳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1유로야, 어서 와~!” 지하철처럼 회전문으로 된 뽀르또 피노 대중 화장실. 사진: 이지윤


“이 작은 동네에 뭐 볼 게 있다고? 내 다시 오나 봐라!” 하고 허허 웃으며 좁디좁은 주차장을 벗어나려는데, 두둥! 마지막으로 주차비가 또 뒷목을 잡습니다.


“야, 한 20유로 하는 거 아니야?” “두 시간 남짓 있었는데 무슨 20유로야?” 아이쿠! 한 시간에 5유로씩 해서 총 11.50유로가 나왔습니다.


이탈리아 안에서도 리구리아 주 사람들은 구두쇠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관광객? 외지인? 벗겨먹을 수 있는 곳까지 다 벗겨먹자는 건지, 어딜 가도 벌금 천국, 바가지에, 불친절도 기본이지요.


2017년 여름, 리구리아 주 Caletta di Punta Crena 해변에 갈 때, 다른 사람들이 절벽 아래에 차를 줄줄이 댄 것처럼 따라 차를 댔다가 80유로짜리 주차 위반 딱지를 받고 기겁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합니다. 10년 이상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지만, 유일무이하게 단 한 번 제게 주차 벌금 딱지를 선물한 곳이 리구리아 주지요.


2017년 여름, 리구리아 주의 숨겨진 작은 해변 ‘뿐따 크레나’(Caletta di Punta Crena). 눈부신 해변과 놀라웠던 주차위반 벌금의 기억. 사진: 구글


2024년 여름엔 리구리아 주 한 해변가에서 플라스틱 썬베드와 양산 하나에 자릿세 바가지를 너무 씌우는 바람에 이탈리아 전역에 뉴스가 며칠 동안 나오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리구리아 주로 갔냐구요?


날씨 때문입니다.


며칠동안 춥고 어두운 날씨에 열흘 동안의 일기 예보도 너무 비관적이었거든요. ‘이 음울한 추위와 비구름을 벗어나리라!’ 일요일 느긋한 늦잠에도 불구하고 햇빛 사냥 의지를 불태웠답니다. 지도를 보며 차로 2시간 남짓 거리의 날씨 좋은 곳을 찾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2시간 안 거리에 햇살 가득한 곳 발견! 올레~~~
빠른 길로 가면 2시간 남짓! 제노바를 넘어 뽀르또 피노Portofino로!


‘오! 그래, 뽀르또 피노! 오늘은 너다!’


일기 예보를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제가 사는 피에몬테 주와는 달리 햇살이 가득하고, 이 추운 1월에 영상 14도나 되더군요. ‘2시간 운전이면 햇살 가득한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이게 웬 떡이냐?’ 부랴부랴 준비했지만 정오가 다 되어 늦게 출발한 탓에 쉬지도 않고 집중해서 고속도로 운전을 했습니다만…….

리구리아 주에 가까워지는 도로 위에서는 너무나 찬란해서 연신 쾌재를 부르게 만들던 햇살이, 정작 뽀르또피노에 도착하니 너무 약해져 있었죠.

게다가 어딜 가도 계속되는 바가지요금에 속까지 부글부글…….


이 겨울, 햇살 사냥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Portofino, Liguria, Italia. 19.01.2025 Pic. Jiyoo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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