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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골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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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Oct 20. 2021

왕복 6시간 시골집을 보고 왔습니다.

 귀하디 귀한 시골집 전세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방도 3개인 집이었습니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제가 시골에서 살고 싶어, 마땅한 시골집과 땅을 찾아 나선 지 4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집과 땅을 사서 시골로 들어가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껴, 최근에는 전세나 월세 위주로 찾고 있었습니다.


 시골집을 알아보니 마땅한 매매도 잘 안 나오지만, 전세는 더 없었습니다. 그리고 방 3개, 화장실 2개인 집을 구하기가 의외로 어려웠습니다. 아파트에서는 흔하디 흔한 방 3개짜리 구조가 희한하게 제가 찾는 지역의 시골 주택에서는 귀했습니다. 집의 평수가 좁든 넓든 상관없이 방이 2개나 1개인 집들이 더 많았어요. 저희 가족은 다섯 명이라 방은 많을수록 좋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곳은 평수도 넉넉하고 방도 3개였습니다. 거기다 전세였습니다.  


 지난번에 전셋집을 눈앞에서 놓친 경험이 있기에, 당장 집주인 분과 연락한 후 방문 날짜와 시간을 잡았어요. 거리가 멀었지만, 온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는 날짜를 정해 무작정 출발했습니다. 편도 3시간 거리인 먼 곳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친정 부모님도 함께 출발하셨습니다. 말씀은 바람 쐬고 싶다시며 직접 운전대를 잡고 뒤따라 오셨지만, 딸이 하도 귀촌 귀촌하니 어떤 곳인지 걱정스러우신 마음에 함께 하신 것 같습니다.


 여행을 한동안 못 갔던 아이들은 멀리 떠나는 드라이브가 마냥 신났습니다. 차에서 맛있는 간식도 먹으면서 소풍 온 기분으로 시골집을 향해 갔습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목소리가 조용해질 무렵, 풍경이 점점 바뀌어갑니다. 산세는 험난해지고, 넓은 강은 좁아지면서 깊은 계곡으로 변합니다. 높은 건물들이 없어집니다. 사람이 만든 건축물 자체가 드문드문 보이고, 산과 나무가 더 많이 보입니다. 도로에 자동차도 줄어듭니다. 그러다 보니 도착했어요.


 캠핑장 옆에 있는 주택이었습니다. 캠핑장이라고 하니 안 봐도 아시겠지요. 캠핑 좋아하는 분들이 찾는 자연풍경이 쫘악 펼쳐진 그런 곳이었습니다.  4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었어요.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요.


 집은 2층 복층 집이었고 실제로는 방이 2개였습니다. 다락방까지 합해서 3개의 방이라고 하신 거지요. 역시나 이 지역은 방 3개짜리 집이 귀합니다. 집 안에는 크고 순한 개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마당은 잔디가 넓게 깔려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바로 앞이 계곡이었어요. 마당을 지나 계단을 한참 내려가면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계곡도 차원이 달랐습니다. 사람이 없는 깊은 산속의 계곡이어서 그런지, 선녀와 나무꾼이 있을 것 같은 계곡이었어요. 엄밀히 말하면 시골집이라기보다는 풍경 좋은 곳에 위치한 외딴 전원주택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집 내부를 볼 때, 친정 부모님은 마당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고 계셨습니다. 집주인 분과 농담도 나누시면서요. 마당에 15분 정도 앉아 계셨나 봐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연을 크게 느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잠깐 마당에 앉아 주변 풍경을 바라보기만 하셨는데,  2박 3일 좋은 곳으로 여행한 것보다 더 힐링이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캠핑 오는 장소가 그냥 내 집 앞마당이 되는 거잖아요. 365일 자연을 보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요. 이 집이 어떤지 가족들에게 의견을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남편 : 집만 보면 좋다. 그러나 주위 여건이 열악하다. (학교와 직장. 현실적인 문제점을 제기합니다.)  


아들 1(중학생) : 개가 살던 곳이라 그냥 무조건 싫다. (개털 알레르기가 심합니다.)


아들 2(초등학생) : 다락방이 있어서 좋다. 다락방은 무조건 내 방이다.(다락방 낭만이 있습니다.)


딸 (유치원생) : 큰 개가 있는 집이라서 좋다. (오늘 본 집과 큰 개는 별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친정 아빠 : 맹지에 있는 집이니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현실 적인 문제를 말씀해 주십니다.)


친정 엄마 : 친정과 2시간 이상 떨어진 집은 해외로 이민 간 집이나 마찬가지다. (남동생이 5년 전에 지구 반대편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집 잘 보고 서로의 의견도 나누고, 기분 좋게 차를 돌려 나가는데, 옆집에서 조용히 불러 세웁니다.

 "내가 전세 못 들어오게 막는 건 아닌데, 들어와 살 거면 알 거는 알아야지요."

 이웃집이 될지도 모르는 어르신께 꾸벅 인사하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땅, 도로, 지하수, 상수도, 하수도, 매매 역사... 짧은 시간에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세로 살기에 큰 하자가 있는 집은 아니었는데, 살면서 약간 골치가 아플 수도 있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전세든 매매든 내 것이 되려면 내 꺼라는 그런 느낌이 있는데, 이번 전셋집은 안타깝게도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만 하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좋긴 하더라고요.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요. 도시에서와는 달리 나무 한 그루도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아쉬움이 컸지만 우리 집이 안 되려나 본데 어쩔 수 없겠지요.


 왕복 6시간은 생각보다 더 지치는 여정이었습니다.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남편과 이야기했습니다. 귀촌을 하더라도 당장 이사하지 않고, 5도 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촌에서)의 생활을 먼저 해보기로요. 그래서 가고 싶은 시골을 다른 지역으로 다시 정해보려고 합니다. '5도 2촌'이 '2도 5촌'이 되려면 거리가 가까워야 뭐라도 이루어질 수 있겠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주말 주택의 맥시멈 거리를 편도 2시간으로 잡기도 하시던데, 제가 볼 땐 무조건 가까운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가까우면 가격도 비싸고, 진정한 시골의 정취를 찾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저는 요즘 집 가까운 시골 땅을 다시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귀촌에 대한 막연한 로망과 욕심을 많이 버렸어요. 현실과 조금씩 타협을 하고 있는 거겠죠. 바다가 안 보여도 되고요. 앞에 넓은 강이 없어도 됩니다. 꼭 배산임수가 아니어도 돼요. 피톤치드가 넘쳐나는 산속 깊은 곳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냥 높은 건물이 없는. 아니죠. 건물이 있을 수도 있지요. 텃밭 가꿀 수 있고 예쁜 꽃을 심을 수 있는 작은 내 땅이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왕복 6시간을 달려 좋은 집 구경하고 왔는데, 저희 가족은 여전히 아파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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