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음식과 이별하지 못했다

엄마의 동치미를 먹었다

by 달빛 타로

아침에 동치미를 먹었다. 시골에 계신 엄마가 보내준 동치미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살얼음이 낀 동치미 국물이 눈에 들어왔다. 국물은 차고 맑았고 배추는 아삭하게 씹혔다. 특별한 일이 없는 아침이었는데, 동치미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엄마의 음식은 늘 그렇다. 대단한 재료도, 특별한 비법이 없는데 먹는 순간 마음이 먼저 풀린다. 그래서 대충 먹지 않고 한 입 한 입 정성스럽게 먹는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됐다. 엄마가 더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이 동치미를 먹지 못하는 날이 오겠구나. 올해 78세의 어머니의 시간은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었다. 엄마의 음식이, 동치미가 현재가 아니라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현실처럼 느껴졌다.

나는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지 못한다. 사실 준비하고 싶지가 않다. 다만 엄마의 동치미를 먹을 때 엄마와의 이별을 걱정하게 된다. 엄마의 동치미는 별거 아닌 음식이 아니다. 직접 배추를 기른 시간과 노력, 자식들 생각하며 간을 보던 손길이 들어 있다. 택배 상자 안에서 흔들리지 않게 신문지를 여러 겹 덮어놓던 모습도 함께 담겨 있다. 60세 넘어 배운 한글 실력을 자랑하듯 택배 상자 위에 삐뚤삐뚤하게 나의 이름과 집주소를 쓰신 흔적도 보인다.


나는 엄마의 음식과 이별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