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안녕하세요. 도너츠 덕입니다
작은 도넛 카페에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의 소소한 인생이야기.
지민은 손님에게 커피와 도넛 맛이 어떤지
물어보고 싶지만 이내 그만둔다.
손님이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고
으레 형식적인 대답으로 그칠까 봐 이다.
지민은 머리가 복잡하다.
가게를 오픈한 지 반 년동안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둔 돈을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의 삶은 퇴사 전에
꿈꾸던 삶과는 거리가 멀다.
퇴사 이유 중 하나가 나인투식스가 싫어서인데
현재 그의 하루는 아침 9시 아니.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그것도 토요일까지.
그리고 직장 상사 눈치 보는 게 싫어서 나왔는데,
지금은 더 무서운 손님 눈치를 보고 있다.
동네 장사라 소문이 잘 못나면
손님이 뚝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긴 지금보다 더 안 올 수는 없지)
가게는 동네 구석에 위치해 있지만
지민은 커피 맛만 좋으면
손님들이 찾아올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도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행인 건 그나마 월세와 보증금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손님은 없는데 매일 청소하고 마감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하지만 통장잔고는 더 빨리 줄어든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2년은 버텨야지"라고
지민은 오늘도 속으로 다짐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초록초록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
동네에 작은 카페가 하나 생겼다.
"이름도 웃기다. 도너츠 덕!
사장이 도널드 덕 팬인가.."
봄이는 집에서 글을 쓰다가 답답할 때면
한참을 걸어 나가더라도 별다방에 가곤 했는데
이제는 도너츠 덕이
그녀의 글 쓰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테이블 4개.
10명 남짓 들어오면 꽉 찰 거 같은 장소지만
통유리창과 밖으로 보이는 초록색 풍경이
봄이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카페에 잔잔히 울리는 플레이리스트들도
그녀가 글쓰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무엇보다 손님이 없어서 조용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장님의 표정은 항상 평면적이었다.
봄이는 내심 걱정이다.
이러다가 오랜만에 찾은
마음에 드는 카페가 문을 닫으면 어쩌나 하고,
어릴 때부터 봄이가 좋아하는 가게들은
오래가지 못해서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같이 하시던
포장마차 떡볶이집이 그랬고,
고등학교 때는 처음으로 먹어본
종로의 치킨 덮밥집,
대학교 때는 다리를 세 개 주는 치킨집이,
그리고 최근에는 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블랙커런트 기네스를 팔던 카페가 문을 닫았다.
"사장님! 커피가 너무 맛있어요"
봄이는 반년만에 처음으로
카페 사장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건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