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안녕하세요. 도너츠 덕입니다
작은 도넛 카페에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의 소소한 인생이야기.
봄이는 깜빡거리는 커서를 한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서 카페 한쪽에 놓여있는 책장으로 간다.
눈으로 쓰윽 둘러보다 책 한 권에 손이 간다.
"도너츠 덕"에 오면 가끔 책장을 둘러본다.
사장님이 책을 좋아하시는지 꽤 괜찮은 책들이 많다.
자기 계발서부터 소설과 수필, 시집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와서
책만 봐도 좋을 거 같다고 봄이는 생각한다.
두 권의 책을 골라 자리로 돌아와 읽다 문득 궁금해졌다.
카페를 운영하는 건 어떤 기분일지,,
"사장님! 커피가 너무 맛있어요!"
지민은 봄이의 예상치 못한 칭찬에 당황하면서,
"아, 네! 감사합니다."
"맛있으시다니, 제가 오늘은 커피를 잘못 내렸나 봐요. 하하하!"
쑥스러워서 괜한 농담을 던진다.
사실 지민은 커피에 나름 자부심이 있다.
지민이 어릴 때 살던 집 싱크대 찬장에는
맥X커피와 프리마가 항상 있었다.
프리마는 분유맛이 나는 것이 그냥 먹어도 맛있었지만
추운 날 뜨거운 물에 잔뜩 타서 먹으면 더 맛있었다.
가끔 거기에 커피가루를 아주 조금 섞으면
초콜릿처럼 더 맛있는 색으로 변했다.
맛도 조금 달라지는데 "어른의 맛이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몰래 타서 마시던 것이 지민의 첫 커피이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카페모카가 너무 맛있어서 그것만 마셨고,
그 후로 바닐라라떼와 라떼를 거쳐
지금의 아메리카노까지 왔다.
아메리카노의 조금 씁쓸하면서 깔끔한 뒷 맛이 좋았다.
지민은 졸업 후 취업을 하고
취미로 바리스타학원을 다니면서
커피의 세계에 빠졌다.
쓰기만 했던 커피가 과일, 견과류, 꽃, 초콜릿, 바닐라 등 독특하고 다양한 맛이 나는 것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원두의 종류와 가공방법, 볶는 세기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와인처럼 마실 때마다 달라지는 느낌이 좋았고
새로운 커피를 경험할 때면
무슨 맛이 날지 두근두근거렸다.
그런 지민이 가게를 오픈하고 6개월 만에
처음 듣는 칭찬이었다.
그래서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더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봄이는 지민 쪽으로 다가가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어본다.
"사장님! 카페운영하시면 재미있으세요?"
"네, 너무 재미있어요"
지민은 망설임 없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자신에게 놀란다.
조금 전까지 한숨을 쉬면서 후회하고 있었는데,
재미있다는 말이 이렇게 바로 나오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