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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너츠 덕 Oct 30. 2024

#4 안녕하세요. 도너츠 덕입니다

작은 도넛 카페에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의 소소한 인생이야기.

"재미있죠"

자기도 모르게 던진 대답에 혼란스러워진 그는

마음속에서 속삭였다.

(진짜 재미있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손님 없는 가게를 보고 한숨을 쉬었는데.)

그래서 덧붙여 말했다

"사실은 매일 후회와 재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중이죠.”

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특유의 엷은 미소를 띠었다.

“그렇군요. 저는 재미있는 건 줄 알았어요.

매일 이렇게 가게에서 자유롭게 일하시는 모습이 부러웠거든요.”

지민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커피 머신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요즘 쓰시는 글은  잘 써지고 있나요?

아까 책장 앞에서 잠시 멈춰 있길래요.”

봄이는 살짝 당황한 듯 노트북을 다시 바라보았다. “글쎄요… 인생을 관찰하는 사람이라기보단, 그냥 매일 새로운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지민은 재치 있게 반응했다. “그럼 저희 카페는 최고의 핑계 제공처인가요?”

둘은 순간 눈이 마주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둘은 서로를 잠시 응시했다. 사실은 이름도 모르고, 그저 카페 주인과 단골손님으로만 알고 있던 상대였다.

지민은 약간의 어색함을 떨치며 눈을 돌렸다가 그녀가 꺼내온 두 권의 책을 발견했다.

 한 권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또 다른 한 권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었다.

너무나 대조적인 책들이라 흥미로웠다.


“책을 고르시는 취향이 독특하시네요.

하루키랑 카뮈라니… 재밌는 조합인데요?”

지민은 그녀가 선택한 책을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봄이는 조금 당황한 듯한 얼굴로

“아, 이거요? 오늘 글이 잘 안 풀려서...

뭔가 이 두 사람이면 저한테 영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지민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카뮈가 영감을 줄 거라고요? 아니면 하루키?”


봄이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둘 다요. 카뮈라면 ‘이 세상에서 아무 의미 없이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괜찮다’고 할 것 같고, 하루키라면 ‘어디선가 이상한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할 것 같아서요.”


지민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음… 그럼 제가 고양이를 준비할까요? 혹시 모르니까?”


봄이는 피식 웃었다. “고양이 대신 커피 리필이나 부탁드릴게요.”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꼈다. 손님에 대해 궁금해지는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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