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너츠 덕 Nov 13. 2024

#5 안녕하세요. 도너츠 덕입니다

작은 도넛 카페에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의 소소한 인생이야기.

지민은 봄이와의 짧은 대화를  

머릿속에서 되새기고 있었다.

손님과 사장님이라는 경계를 막 넘기 시작한 그들의 첫 대화는

그의 하루를 조금 더 밝게 만들었다.

 그런 여운에 잠긴 것도 잠시,

지민의 카페 문에 달린 풍경이 경쾌하게 울리더니 낯선 손님이 들어왔다.

도시적인 세련미가 물씬 풍기는 여성,

그녀가 들어서자 카페는 단숨에 전시회 공간처럼 분위기가 바뀐 듯했다.

짙은 와인색 스카프를 두른 그녀는

미술 잡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스타일로,

지민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 시선을 능숙하게 받아넘기며 미소를 띠었다.

“안녕하세요. 이곳 커피가 정말 좋다고 들었어요. 예술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맛이라고 해서요.”

지민은 슬며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 그럼 제 커피가 오늘 특별한 예술작품의 뮤즈가 되겠네요.”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그럴지도요. 사실, 제 채널 구독자들이 새로운 장소에서 커피 마시는 걸 보고 싶어 하거든요.

저, 괜찮다면 촬영해도 될까요?”

지민은 흠칫 놀랐다.

구독자? 촬영?

 평소 소박하고 조용한 공간이었던 그의 카페가

유튜브 영상에 등장한다는 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에는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이죠.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하셔도 됩니다,”

 지민은 말하며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 채널’이라니… 혹시 유명하신 분이신가요?”

그녀는 재치 있게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유명한지 여부는 구독자 수로 판단해 주시면 돼요.

저는 그냥… "알리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녀는 익살스럽게 손가락으로 큰따옴표를 그렸다.

지민은 내심 신기해하며 묻고 싶은 게 많아졌다.

“그러면 미술도 하시나요? 아니면 커피 리뷰 전문?”

그녀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커피 리뷰 전문은 아니에요.

하지만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커피의 ‘색감’과 ‘향기’는 중요한 요소죠.

창의력을 자극하니까요.”

이야기하면서 둘은 자연스레 웃음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어느새 카메라를 꺼내 테이블에 앉아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민의 커피 한 잔을 받아 들며 카메라를 향해 밝게 인사했다.

“여러분, 오늘은 이곳, 제가 처음 방문한 카페 "도너츠 덕"에서 예술적인 커피를 맛보려 해요.

정말 기대되네요!”

지민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은근히 미소 지었다.

평소엔 그저 묵묵히 커피를 내리기만 했던 공간이

그녀 덕분에 마치 화려한 미술 전시회처럼 느껴졌다.


"정말 유명한 유튜버면 어쩌지?"

걱정반 기대반으로

지민의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4 안녕하세요. 도너츠 덕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