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ound of Silence
2021년 9월 6일 월요일 밤 10시 50분.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병은, 아내가 간단하게나마 주변 정리할 아니 자신을 아껴준 사람들에게 한마디 남길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태어난지 15265일… 결혼한지 3447일 … 암에 걸린지 356일 만의 일이었다.
출근하다 말고 다급하게 찾아간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지 단 일주일만의 일이기도 했다.
입원한지 단 일주일. 터무니없는 전개였다.
터무니없는 또 하나의 일은,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육체적 통증을 동반한 이명이 문제였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환타지 영화 속 마녀가 불에 타면서 지르는 듯한 비명같은 이명이었다. 분명 꽤 오래전부터 달고 살긴했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때로 타종된 직후 커다란 종 안에 내던져진 것처럼 온몸을 뒤흔들며 저 깊숙이 낮은 주파수에서부터 저 높은 주파수에 이를 때까지 머릿속을 잠식할 때도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식은땀 흘리며 신음 흘릴 만큼은.
이명을 두고 누군가는 뇌속 세포들이 죽어가는 소리라고도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세포 하나하나가 죽어가며 내지르는 절규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법하게 들렸다. 이전엔 이명이 시작되면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세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떠올려 보기도 했다. 최소한 그 정도의 몸과 마음의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마치 숙련된 고문기술자가 두 개의 송곳을, 양쪽 귀 뒤에서 반대편 관자놀이로 X자로 엇갈려 관통한 듯 했다. 그는 이따금 양쪽 송곳 손잡이를 꽉 쥔 채 빠르게 쑤시기도, 노를 젓듯 빙글빙글 천천히 돌리며 나의 고통을 즐겼다. 다시 생각해보니 귓속은 물론 머리통을 가득 채운 끔찍하도록 날카로운 비명은 마녀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영원히 일할 것만 같던 고문기술자도 쉴 때가 있었다. 안 그랬으면 한줌 하얀가루가 되버린 아내를 추모의 집에 봉안하고 귀가한 뒤 널브러진 거실 바닥에서 잠 들지 못했을것이다. 얼추 열 하루만의 일이었다. 30분 이상 잠이 든게. 잠 들기 전, 따뜻한 햇빛이 쏟아지는 창가에서 살랑거리던 얇은 속커튼이 얼핏 기억난다. 아내의 이름을 혼잣말처럼 되뇌이던 기억도 난다. 열흘 사이에만 수천 번쯤 불러봤을 그 이름. 마른 목소리로 몇 번 더 불러보다 이내 잠이 들었다.
적막속에서 수만 가지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