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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메신저 Oct 25. 2024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은 아이

가랑이가 찢어지겠다. 


두 개의 돌산 절벽 같은 곳  두 산을 잇는 돌다리 한가운데가 끊어져있다. 그리고 내가 서있다. 

나는 반드시 저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내 몸뚱이 하나뿐이다. 

점프해서 넘어갈 수 있을까? 떨어지면 그냥 죽는 거다. 

그 각오로 뛰어넘을 수 있겠어???


내가 제대로 잘 뛰어서 착지하거나 진짜 다리가 고무줄처럼 늘어나서 가거나 떨어져서 죽거나.

그러나 어쨌든 나는 반드시 넘어갈 거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 하나가 오후 내내 나를 사로잡았다. 

뭔가 큰 변화가 감지되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는데 자꾸만 화가 난다.


찢어지게 가난했는데 그 찢어지는 고통을 넘어가야만 한다.


몸이 무겁고 둔하다는 느낌을 요 며칠 받았는데 나의 뿌리 깊은 감정과 맞닿아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분노와 미움, 질투 같은 감정들.


그런 감정은 나쁜 거라서 드러내지 않고 사는 동안 사소한 작은 감정들 까지도 버려지지 못한 채 내 마음 깊은 한구석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내가 나쁘다고 치부하고 덮어두었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만나야 하는 시간이 온 거 같다. 


'그런 말 하면 안 돼. 그런 생각하면 안 돼. 그렇게 하면 안 돼. 그건 나쁜 거야. 그렇게 하면 벌 받아.'


이런 말을 안 듣고 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나는 이런 말들이 저절로 걸러지지 않았던 아주아주 연약한 존재였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도 안되고, 미워하는 것도 안되고, 시기 질투해서도 안되고, 누구한테나 친절해야 했고, 착하게 굴어야만 나다움을 지킬 수 있었고 착하다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내 안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불씨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낭떠러지 너머로 건너갈 수가 없다. 


해보자 뭐 죽기밖에 더해?

내가 죽으면 뭐 죽는 거지 죽는다고 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슬퍼하겠어?

나하나 죽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앞만 보고 가보자 죽기 살기로 해보자. 

그런데 나는 그 죽는 걸 하기 싫구나.

정말 죽을 까봐 겁이 나는구나. 

그냥 보란 듯이 잘 살고 싶구나. 

환영받지도 못한 삶인데 뭐 그리 집착하고 있는 걸까.

그냥 뛰어 내달려. 

그래야 진짜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어. 

해보자. 


내 안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려온다. 


돌다리 위에 서있는 게 나였던 거 같은데 내가 돌 산인 거 같기도 하고 그냥 거기 서서 가만히 저 너머를 바라만 보다가 굳어버린 돌 조각상인 거 같기도 하고. 

얼어붙은 거랑은 다른 그냥 어느 시점에서 굳어버린 것 같은 나를 찾아 돌봐줘야겠다. 

내가 내 엄마가 되어 그렇게 나에게 귀 기울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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