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아이
웃지 않는 공주 이야기
동화책 <웃지 않는 공주 이사벨라>는 우리 딸이 즐겨 읽던 책이다.
공주를 웃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썼지만 공주는 끝내 웃지 않는다.
이야기 끝에 공주가 왜 웃지 않았는지 알 수가 있는데.. 웃지 않는 다면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나는 웃음이 많은 편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미소를 띠고 있지도 않고 무표정한 얼굴 아니면 심각한 얼굴이었지 않을까?
가만히 있어도 미간이 찌부러져 있었던 게 생각난다.
지금은 잘 웃고 미소도 자연스럽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꽤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했다.
가끔 나는 이유 없이 웃는 사람들이 불편할 때가 있다. 재미없는데 왜 웃지? 웃긴 이야기 아닌데 왜 웃으면서 이야기하지? 그런 거 말이다.
나 역시 억지로 웃음과 미소를 끌어내려고 했었기에 그런 모습이 누군가에 의해 비춰질 때마다 불편한 거 같다. 실없이 웃을 일도 없거니와 실없이 웃어서 쉬워 보이기 싫었던 나.
'우스워보이기 싫어. 우스운 사람이 되기 싫어.'
누군가 나를 쉽게 볼까 봐 나는 웃지 않았다.
웃을 일도 사실 없었다. 즐겁거나 흥미롭거나 신나는 일이 거의 없이 살아서 나는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때,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찾아서 했을 때 말고는 크데 웃어본 일이 없다.
자주 이야기하는 말인데, 초등학교 2학년 때 생활기록부를 보면 담임선생님은 나를 다소 우울감이 있다고 표현하셨다. 아홉 살 아이한테 느껴지는 우울감은 어떤 걸까? 하고 가끔씩 생각해 본다.
웃음은 참 본능적이고 태어나서 곧바로 느끼는 강력한 감정인데 나는 그 감정이 차단된 채 너무 오랜 시간을 지냈다.
억지로 웃음을 잃고 살아간 내가 있기에 억지로 웃는 사람들을 보면 그만큼 불편한가보다.
자연스럽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웃고 자연스럽게 울고, 자연스럽게 화내고, 자연스럽게 사랑하며 삶을 즐기고 싶다.
오늘은 참 많이 웃지 않았다. 웃는 얼굴 근육을 잊을 정도였다.
다른 때보다 좀 많이 걸었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늘 유난히 까르르 잘 웃고 떠들다가 잠든 두 딸을 보는데 참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싸우다가 화해하고 또 놀다가 무한 반복이지만 이게 자연스러운 일이란 걸 이제는 안다.
웃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참 가혹한 일 같다.
삶을 즐기러 태어난 건데 그 삶을 즐기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가혹한가
내가 많이 웃을 수 있게 내가 이 삶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해 줘야겠다.
마음껏 웃고 마음껏 떠들고 마음껏 즐겨~
그래도 돼 충분히 그래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