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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메신저 Oct 29. 2024

진지충이 즐겁게 사는 법

까불고 싶은 아이

멍석 깔면 못하는 애 그게 바로 나다.


살면서 흥겹다? 그런 걸 느껴본 일이 거의 없다.

대학 때도 그 흔한 클럽에 딱 한번 갔다가 대체 이게 뭐가 재밌는 거지? 다신 안 와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학 MT에서도 다 같이 흥겹게 노래 부르고 몸을 흔들흔들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나 혼자 주목받으며 춤을 추는 것은 절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연극을 전공했다니 참 아이러니 하지만 눌러두었던 내 안에 있는 어떤 끼?를 분출하고 싶었던 돌파구는 분명했다.


뮤지컬은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해야 하고, 물론 되게 잘해야 가능한 일인데 나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에 자신도 없었고, 그래서 정극 연기를 더 매력 있다고 믿었던 거 같다.


나한테도 노래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춤춰보고 싶은 마음이 가끔 들 때 보면, 내가 노래하고 춤추는 걸 잘 못하니까, 그럴 바에 아예 나는 그걸 못해. 나는 뮤지컬보다 연극이 더 좋아. 이런 마음을 먹었지 않나 싶다. 미리 안된다고 포기하는 거 일수도 있고, 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한 거 일수도 있겠다.


오랜만에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봤다. 기분전환. 추억소환.


뮤지컬 시작을 기다리는데 너무 신이 났다. 소극장 분위기에 젖어들고 흘러나오는 음악이 즐거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흥이랄까. 


나는 되게 진지하다 못해 진지충 같은 모습이 참 많은데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있으면 우스갯소리나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 참 좋다. 그 자체가 즐겁다. 편안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아무런 편견 없이 거리낄 거 없이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표현할 때 나는 참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까불고 싶은 나를 만났다. 까불고 자라지 못한 나. 까분다는 말이랑 참 안 어울리게 살았던 나인데,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불쑥 올라왔던 시간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하다. 


가만히 얌전히 있어 칭찬받던 나는 아이처럼 소리도 지르고 뛰어 돌아다니고 땀도 뻘뻘 흘리고 화가 나면 고래고래 고함도 지르고 그러고 싶었다. 지금도 그러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여전히 존재한다.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아이들이 그래서 참 부럽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공주님이 되었다가 세상에서 제일 웃긴 개그맨이 됐다가 세상에서 제일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됐다가 세상에서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 화가가 됐다가 세상에서 춤을 제일 잘 추는 춤꾼이 됐다가.. 그런 경험을 하는 내 아이들이 마냥 부러우면서 그러지 못했던 내가 짠하기도 한 그런 나란 사람. 


내가 이렇게 경험했으니 내 아이들에게 마음껏 허용할 수 있는 거겠지? 


가능하면 주어진 순간에 집중하려고 하는 이유 충실하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날마다 즐겁게 살기로 선택한다. 마냥 진지한 내 삶에도 즐거움이 널려있다. 이 삶을 즐기기 위해 태어났으니 내 몫을 다하고 싶기 때문에 나는 즐겁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진지할 필요 없어. 그저 즐겨. 그럴 때 삶이 창조되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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