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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가는 길

by 캐리소


따끈한 치킨 봉지를 든 아버지가 먼지쌓인 걸음걸이로 고단함을 밟고 오는 소리가 바스락바스락 골목길에 놓입니다

굵은 토란 흐벅지게 자라고

자식들도 반딧불이마냥 달려들면

아버지는 벙글 웃음으로 팔벌립니다

어두운 비탈에서 서로가 붙잡을 것 무어냐

산등성이 오를 때 손목 잡아 지그시 끌어주는 것이 단지 마음뿐만은 아니지만 희뿌연 불빛 어른어른할 때면 눈에 안개가 끼었나 의심하곤 했습니다

그림자가 쓸어담는 낙엽 위로 길게 이어지는 가을이 길바닥에서 일렁거립니다


목구멍에는 우물이 있어 많은 말들이 얼굴을 내밀어 꾸역꾸역 모여듭니다

모여드는 것들이 거룩한 것이 될 수 있을까요

세계를 위해서 유익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가장 작은 것들부터 제일 거대한 것까지의 범위를 다 안을 수 있을까요

쌓인 말들이 입밖으로 나와서 명랑하게 흐를 수 있다면 그대로 두어도 좋을 것입니다

아니라면 삼키지도 말아야겠죠

아무것도 거치지 않는 통로의 역할을 하도록 곁에 두고 걸림돌은 치워놓아 무엇이든 지나가게 해두어야 합니다


아버지가 이룩해놓은 것이 아이들뿐이었대도

그건 아버지의 일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떨어지는 나뭇잎이 아버지라고 노래한 시인*의 구절이 나뭇잎처럼 명징합니다


아버지에서 아이들에게로 이어지는 말들은 교육으로 서로에게 남습니다

소유가 절대적인 세대에게는 꿈이 가는 길이 생소할 것입니다

그래도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 꿈의 엉덩이를 만날 것입니다

비현실은 현실을 만나 손을 잡을 것이니 우리의 아버지들은 더이상 비탈을 오르지 않고 반딧불이는 더이상 깊은 숲으로 숨지 않습니다








* 비록 그 옛날에는 영웅이었다 해도

아버지는 우리가 성장하면 떨어지는 나뭇잎입니다

- 두이노의 비가,[나의 기도는 결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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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