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하고 따뜻하고 커다란 손이
내가 세워놓은 계획의 실타래를
위로부터 가볍게 흔든다
단 하나의 씨앗이 아니라
풍부한 씨앗을 던지는 하늘의 무늬
수천 개의 씨앗들이 썩어 없어지므로
수백 개 씨앗이 싹을 틔워도
수십 개만 자라나서
하나의 조상의 대를 잇는다
계산된 낭비를 드러내는 만물 위에
근거 없는 수많은 불안의 그림자를 통해서
마침내 진정한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완전히 온건한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바탕 속에 어리석은
한가닥 면이 있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무 쓸모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조차도
자연 앞에 놓이면
쓸모없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무사히
그 일을 마칠 수가 없으니까
자연은 그들의 행복 속에
자신의 목적을 숨기고 있다
세계를 이루는 이러한 기능은
인간의 마음과 인격 속으로 흘러들어
시간이 열어놓은 창을 통해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한다
가장 작은 부분밖에는 볼 수 없는 눈이여
우리가 맞이할 계절을 온전하게 사랑하기가
이토록 어려운가
묵직하고 커다랗고
따뜻한 손 아래에 가만히 누울 일이다
* 새벽에 읽은 랄프 왈도 에머슨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쓴 시입니다.
2 연부터 8연까지는 그의 책 '자기 신뢰 철학' 132쪽에서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