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쯤에 책을 읽다 보면 햇빛과 공기놀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햇빛은 제 책상 위를 조용히 쓸어보다가 제가 알아차리면 살짝 물러나면서 자신의 빛을 감춥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 섭섭해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을 잠시 그늘 뒤에 두지만 여전히 거기 있다는 기척을 남겨둡니다.
정오의 햇빛은 다정한 장난꾸러기입니다.
우리의 가난함이 방석이 아닌 발판이 되게 하십시오. 미로의 한가운데에서 삶의 가느다란 안내선을 따라 살아가도록 하십시오. 우리는 목적을 갖고 한 방향으로 꾸준히 그리고 거침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나쁜 점들은 어쩔 수 없이 뒤처져서 우리를 따라오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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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속에서 지상과 천상의 법칙을 따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는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모든 기능들이 각자 올바른 법칙을 따릅니다. 그는 등을 구부정하게 하거나 발끝으로 위태롭게 서지도 않고. 다만 균형 잡힌 삶을 살면서 자연과 신에 순응하는 사람입니다.
-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때때로 나의 가난함이 영혼을 적시는 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난하지 않을 때 나는 영혼을 생각할 어떤 여지도 없어지고 맙니다. 그때 나의 정신은 얼마나 남루한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