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미학(美學)

1. 사우나 모자

by 이레


솔직해지자.

가장 간단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소비다.

그것이 4300원짜리 커피 한잔이든

2500만 원짜리 핸드백이던

2억 5천짜리 자동차던

나중에 현타가 몰려온다 하더라도 가장 빠르게 나에게 행복을 선사해 줄 수 있는 행위는 소비다.


세상 그 누구보다 재미있게 돈을 쓰는 나는 요즈음

사우나에 꽂혔다.


몇 년 전 일본 드라마 '사도'를 본 이후

일본식 목욕 순서를 읽어보고 각종 사우나 물건들을 사 모으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우나 모자다.



건식 사우나에 들어갈 때 머리를 감추는 모자.

더운 열기에 그대로 머리카락이 노출되면 두피에 좋지 않다고 하길래

하나 장만했다.


무려 2만 8천 원이다.

일본 아마존을 통해 구입한 이 녀석을 들고 사우 나을 향한다.

건식사우나 히노키 체어에 앉았을 때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그중 오지랖이 넓은 한 사람이

"저기.... 그게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우아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 사우나 모자라네요~ 일본에서 사 왔는데 사우나할 때 써보려고요~"라는 은근한 자랑의 말도 머릿속에 떠올렸다.


세트로 산 이마바리현의 사우나 시트도 같이 챙겨서

기세 등등 하게 건식 사우나로 들어갔다.

오사카에서 사 온 6겹 거즈 바디타월도 들고.


나의 기대와 다르게

사우나에 모인 아줌마들은

자기 지인들의 건물자랑 아니지 건물을 가진 지인 자랑에 열을 돌리고 있었고 나의 새로운 사우나 모자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쳇!


그런데~

이 놈... 괜찮은걸?

일단 두피가 뜨겁지 않고 (탈모가 덜 진행되겠지?)

챙이 왜 있나 싶었는데 이 챙 덕분에 더운 바람을 차단해 숨쉬기가 훨씬 수월하다.

얼굴을 절반 정도 가려주니 모공 노출이 덜해 굳이 찬 물수건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겠는걸?


이거 괜찮은데?

뭔가 새로운 물건이 괜찮을 때 어깨가 으쓱 의기양양해지는 것이다.


오늘도 간단한 소비로 잠시 행복하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