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이다.
누구는 이태원 참사 이후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게 된 '핼러윈데이'로 기억하고, 또 누구에게는 '잊혀진 계절'의 노래가사로 기억되는 날이다.
핼러윈 문화가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때가 대략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인 듯하다. 이벤트와 축제문화가 활발하지 않던 1980년대 후반만 해도 핼러윈이 뭔지도 몰랐다. (80년대 후반에 20대 후반의 나이였던 나의 기억과 경험에서 나오는 소리이니 그러려니 해주길 바란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서양문회의 표출을 주도했던 특급호텔들의 이벤트들이 유행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보고자 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벤트 아이디어가 유행했다. (기자생활 초년병시절로 이 시기에 호텔을 출입처로 하고 있어서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런데 각 호텔에서 여러 이벤트를 기획해서 알려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벤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홍보가 안 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간 영향도 있었던 듯하다. 결국 각 호텔 홍보담당자들이 품앗이하듯 다른 호텔 이벤트를 돌아가며 인원수 채워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유치원 단위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을 이벤트로 핼러윈 파티가 퍼지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핼러윈만큼 매력적인 이벤트도 드물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복장을 비롯하여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각종 캐릭터 분장과 달콤한 사탕과 초콜릿은 유혹의 도구였다. 그렇게 유치원에서 핼러윈을 접한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20-30대가 되어 사회의 주력세대가 된 이후, 핼러윈은 마치 한국의 축제였던 양 자연스러운 이벤트로 자리 잡게 되었고 더 이상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성인들의 이벤트나 축제로 등극했다.
한편 10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가사로 기억하는 중장년층의 향수도 있다.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도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이고 김동규가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있지만,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최고봉이 아닌가 한다. 1982년에 발표된 노래이니 이 시기에 20대를 보냈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60대 꼰대들이 되었다.
시간의 세월은 그렇게 유유히 흘러 새로운 것으로 생명을 얻고 또 어떤 것은 추억의 회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60대 나이의 세대들에게 '잊혀진 계절'의 노래가 강렬했던 이유는 바로 20대 청춘의 시대에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어둠을 견뎠던 위안이기도 했다. 민주화의 열망에 불타올라 민중가요가 득세하던 시절, 감성을 자극하는 가을의 노래는 잠시 현실을 떠난 탈출구였기도 했다. 80년대 당시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의 폭발적 인기는 이런 시대적 배경이 양날의 검처럼 공존하던 시기를 대변했다. 북 치고 꽹과리 치며 투쟁의지를 불사르던 민중가요와 서정적 가사가 흐르는 낭만의 발라드가 공존하는 정서의 보완재 역할을 했다.
아마 오늘 하루동안 '잊혀진 계절'의 노래를 한 번쯤은 듣게 될 것이다. 연령대와 시대를 떠나서 10월 마지막 밤이라는 단어가 갖는 강렬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노래를 들으면 만감이 교차할 60-70대 꼰대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각설하고 노래나 들어보자.
이용 '잊혀진 계절' URL : https://youtu.be/fMmgz5RS0RE?si=rlRMdsF1kSJjELUJ
PS : '잊혀진 계절'의 재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