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트북을 부숴버리든가 해야지 원!

by Lohengrin

이번 주 들어서 아침글을 쓰지 못해 공유를 안 했더니 여러 분께서 궁금증과 걱정의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혹시 여행 중?"이라고 물으시거나 "환절기에 건강이라도 안 좋아지셨나?"라고 말입니다. 주말을 빼고는 거의 매일 아침 글을 써서 공유를 했는데 주말에 이어 평일에도 3일이나 아침글이 안 보이니 걱정 반, 근심 반이셨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어쭙잖은 제 아침글을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고 힘인지요.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께서 염려하시는 건강문제로 아침글을 못쓰거나 한 것은 아니고요. 이번 주에는 우연찮게 강의 일정이 오전에 몰려있어서 그렇습니다. 프리랜서 강사로 여기저기 뛰다 보니 벌어진 일시적 정체현상일 뿐이었습니다.


월요일은 반포 1,2,3동 시니어라운지에서 AI 플랫폼에 대한 강의를 3건이나 진행했고 화요일은 대학에서 항공사 현황 및 취업특강을 해달라고 해서 다녀왔고 어제도 반포2동 문화센터에서 AI 관련 강의를 했습니다. 서울시내 다른 지역의 시니어들이 AI리터러시를 위한 열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서초구 반포동에 사시는 시니어들의 열정은 대단하십니다. 어느 연령대보다 시니들에게 AI가 유용함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농담 삼아 "배워보니 AI가 자식보다 낫다"라고 까지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월요일 3건의 강의 진행은 각각 1시간 20분씩 2시간 간격으로 3곳에서 해야 해서, 한 곳에서 강의가 끝나면 부랴부랴 강의장소를 옮겨 40분 내에 달려가서 강의준비 세팅을 해야 했습니다. 서초구내 1,2,3동을 도는 동선이라 자동차로 움직이기에는 도로 사정이 어떻게 될지 애매하여 각각의 거리가 1,5KM 정도인지라 잰걸음으로 가면 20분 정도면 갈 수 있기에 걸어서 가기로 합니다. 조금 늦은 듯하면 뛰면 되니까 차가 막혀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따릉이를 타고 움직이면 더 빨리 갈 수 있기는 한데 일단 자전거는 배제하고 걸어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보니 걷기 동선을 잘 선택했다고 봅니다.

문제는 강의 때 사용할 노트북에서 발생했습니다. 강의 내용이 AI 관련이라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인터넷 와이파이와 연결해서 시현을 하며 해야 합니다. 오전 첫 강의 때는 인터넷 연결에 무리가 없어 강의를 잘 마쳤습니다. 두 번째 강의를 위해 반포3동 시니어라운지로 달려가 노트북을 연결하는데 인터넷 와이파이를 잡지 못합니다. 인터넷이 연결되어야 준비된 강의 자료를 보고 진행을 할 텐데 큰일입니다. 임기응변이 필요합니다.


원래 강의할 내용은 퍼플렉시티와 뤼튼 AI를 휴대폰 앱으로 다운로드해서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보며 설명을 해야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 인터넷이 연결이 안 되면 말로 설명하며 따라 하기가 어렵습니다.


다행히 노트북이 인터넷 접속은 안 돼도 다른 기능들은 쓸 수 있어, 미리 저장해 놓은 다른 PPT 자료가 있어 강의를 대체하기로 합니다. 대체하는 강의는 휴대폰에 장착된 AI와 휴대폰 카메라를 활용해 사진을 잘 찍는 법입니다. 수강생분들이 당초 예정되어 있었던 AI 플랫폼 내용보다 더 좋아하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두 번째 강의를 끝내고 세 번째 강의를 하러 가는 길이 "여기서도 노트북에 인터넷 연결이 안 되면 어쩌지"라는 걱정으로 휩싸였는데 역시나 인터넷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됩니다. 세 번째 강의도 할 수 없이 휴대폰 AI 내용으로 전환하여 진행합니다.


강의 한 번 진행하는데 보통 일주일은 계속 신경 쓰며 자료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돌발변수가 발생하면 난감해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강의 시작 30분 전에는 강의실에 도착하여 인터넷 연결 상태 등을 점검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이렇게 당황스러운 상황과 맞닥트리는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플랜 B를 항상 가지고 있긴 하지만 원래 계획했던 강의 내용이 아닌지라 강의가 끝나면 뒤끝이 찝찝합니다. 그나마 강의를 들은 수강생분들이 만족하셔서 위안을 삼는 정도이나, 강의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개운치가 않은 겁니다.

노트북에 인터넷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된 이유는 윈도 11로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버그 때문이었습니다. 화요일 오전에도 대학 특강 때 노트북을 써야 하기에, 용산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윈도 11 업그레이드 과정에 이 문제로 엄청나게 많은 문의 및 컴플레인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노트북을 계속 켜두어 업그레이드가 다 되길 기다려보던가 그래도 안되면 아예 갈아엎고 다시 깔아야 한답니다. 당장 다음날 오전에 노트북을 써야 하는데 말입니다.


일단 밤새 켜놓고 업그레이드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구동이 되면 다행이고 안되면 갈아엎기로 하고 그냥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화요일 강의를 위해 일단 아들 녀석 노트북을 빌려 강의자료가 구동되는지 확인하여 대안을 마련해 놓고 밤새 노트북 업그레이드 진행상황을 지켜봅니다. 아침에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봅니다. 집에서는 와이파이가 자동으로 잡혀서 작동하는데 다른 곳에서 새로 와이파이와 접속할 때도 기능하는지 봐야 하기에 아침 일찍 동네 스타벅스로 노트북을 들고 가봅니다. 이런 제길 ㅠㅠ 먹통입니다.


할 수 없이 아들 녀석 노트북으로 화요일과 수요일 강의를 모두 무사히 마쳤습니다.


지금 이 글은 제 랩탑으로 쓰고 있긴 합니다. 집에서만 구동되는 이상한 노트북이 되어버렸습니다. 타이핑을 하는데도 한 줄 이상을 못 갑니다. 조금 쓰면 커서가 멈춰 섰다가 한글에서 영어 모드로 바뀌어 버립니다. 확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노트북 산지가 딱 1년 하고도 2주일 지났는데 A/S기간이 1년이 넘었다고 프로그램 새로 까는 비용을 내랍니다. 이런 강도 같은 놈들이 있나요. 윈도 업그레이드하면서 생긴 버그 때문인데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를 하다니요. 5만 원 정도의 비용이긴 하지만 액수의 크기가 아니라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해답을 내놔야지, 급한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책임전가를 하는 듯해서 개운치가 않습니다. 오늘 노트북을 들고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갈아엎을 텐데 컴플레인을 세게 해 보고, 안되면 삼성전자와 한번 붙어볼 참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잊혀진 계절의 저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