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위고비가 가져온 자신감의 효과

by Lohengrin

지난주 친한 대학친구의 장모상이라, 몇몇 가까운 친구들이 시간을 맞춰 빈소에 모였습니다. 60대 꼰대세대들이 비슷하겠지만 조문은 잠시하고 식당에 모여 수다 떨기와 근황에 대한 사소한 잡담으로 일상을 공유합니다.


유일하게 백수인 나를 제외하고는 아직 사업에 바쁜 친구들이라 저녁 9시가 되어서야 5명이 모였습니다. 문상을 가면 정해진 순서가 있습니다. 조의금을 내고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영정 앞에 묵념 및 절을 하여 고인의 명복을 빌고 상주 및 유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한 식사를 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장례식장의 음식들은 대부분 소고기 뭇국이나 육개장입니다. 서울시내 전 대학병원 장례식장의 음식을 한 곳에서 공급하는지, 맛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음도 눈치채게 됩니다. 반찬도 거의 동일합니다. 한국사람들의 입맛을 통일시킨 대표적 장소가 장례식장이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아무튼 다 같이 모이기로 한 시간이 9시이긴 하지만, 나는 백수인터라 7시 정도 도착하여 조문을 하고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고 친구들을 기다립니다. 상을 당한 친구 녀석이 조문객들을 맞는 틈틈이 내가 앉은 테이블로 와서 시간 때우는 지겨움을 줄여줍니다. 그렇게 9시가 가까워지니 한두 놈씩 빈소로 들어옵니다. 한 놈씩 올 때마다 식탁의 음식이 새로 세팅이 됩니다. 내가 앉아있는 시간 동안 세 번이나 음식이 보충되고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두 녀석이 식사를 안 해도 된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사업현장에서 오느라 식사도 안 했을 텐데 굳이 안 먹겠다고 합니다. 40년 가까이 얼굴 보아온 친구들이라 그들의 식성을 모르는바 아닌데 식사를 안 하겠다고 하는 데는 이미 늦은 시간이라 먹고 왔을 가능성이 제일 크긴 합니다.


두 녀석이 식사를 안 하겠다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체중 감량 주사제인 위고비(wegovy)를 처방받아 맞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녀석의 외모가 그전 하고는 확연히 다름을 보게 됩니다.

한 녀석은 40년 전 대학시절부터 워낙 풍채가 좋았는데 근래 체중이 120kg을 육박해 위고비 처방을 받아 2개월째 접어들었는데 8kg 정도 감량을 했답니다. 다른 녀석은 키가 173cm 정도에 체중이 80kg을 넘고 있는 상태라 역시 위고비 처방을 받고 2개월째 접어들었는데 이 녀석은 무려 16kg이나 체중을 줄여 현재 64kg이랍니다. 두 달 만에 너무 많이 뺀 것 아니냐?라고 하니 매일 트레킹과 산책을 통한 운동도 빠지지 않고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작심하고 체중감량에 달려든 결과로 보입니다.


두 친구 모두 건강에 적신호 경험을 했기에 체중감량의 절실함을 알아서 그런 듯합니다. 16kg이나 감량한 친구는 가슴에 스탠트 2개를 박아 고지혈과 콜레스테롤 관리가 절실했고, 8kg을 감량한 친구도 과체중으로 인한 관절과 통풍 등의 증상을 겪어왔던 터라, 비만상태를 방치하기에는 남은 삶의 질이 염려가 되었음은, 물으나 마나 일 겁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위고비 처방으로 체중을 줄였다는 소문은 익히 많이 들었으나, 가까운 사람들이 위고비로 체중을 줄이고 있음을 심심치 않게 많이 듣고 보게 된 것을 보니, 아주 대중화된 체중감량 방법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두 녀석 모두 얼굴 혈색 좋아지고 턱 윤곽도 살아나서 멋진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체중감량으로 인한 외모적 변화는 사실 부수적 효과입니다. 몸 안에서 벌어지는 호르몬 조절을 통해 혈당을 관리하고 이로 인해 신체의 모든 기능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몸이 바뀐 것이 제일 큰 효과입니다. 실제적 효과보다 부수적 효과가 더 눈에 띌 뿐입니다.


그래도 외모가 다 는 아니겠지만 줄어든 뱃살과 살아난 턱선만으로도 자신감이 붙은 듯합니다. 남자의 자신감은 사회를 살아가는 힘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위고비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위고비 처방중에 구토도 있고 약간의 부작용도 있다고 하는데 두 녀석은 그런 증상 없이 괜찮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사실 약물로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신체라는 놈은 영악해서, 약에 의한 강제적인 식욕 감소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다가 3-4개월 뒤에는 생존 본능이 작동하여 다시 식욕이 살아나고 1년쯤 되면 인위적인 체중 감소에 저항하게 됩니다. 이 시기를 잘 버텨내야 하는데 알다시피 이게 쉽지 않습니다. 결국 체중 관리는 평생 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어느 일정시기 반짝 줄여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고비 처방으로 일상에 자신감이 붙은 친구들을 보니 좋아 보입니다. 두 녀석 모두 목표했던 체중감량을 달성한 후에도 요요현상 없이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만의 삶을 디자인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