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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양 Sep 14. 2015

홍콩은 흐림, 엄마의 마음은 맑음

#3. 여행의 마법? 엄마의 또다른 면을 보다.



엄마와 딸.

함께하면

고생도 즐거움이 된다.



엄마와 딸의 첫 해외여행지는 홍콩!


시차 한 시간.

비행거리 4시간.

저렴한 저비용항공사 LCC를 이용했고,

숙소는 리갈 리버사이드 사틴으로 정했다.

(홍콩 도심 호텔은 너무 협소하고 비싸서

거리가 조금 되어도 넓은 호텔로 했다.)


왜 홍콩이냐고?

물론 홍콩행 티켓이 저렴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긴 했다.

하지만 엄마가 항상 흥얼거렸던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이 노래 소절이 컸다.


어디로 갈까?

머리를 굴리면서

중국 칭다오, 상하이, 타이완.

또는 일본 후쿠오카, 오사카, 나가사키...

필리핀 세부...

까지 해외여행지를 생각해봤지만

예산과 엄마의 호응도에 따라 결정하니 홍콩이 선택되었다.


5년 전, 소양강 처녀 노래 때문에 엄마와 소양강댐을 다녀오기도 했었는데,

그때를 떠올려보면

홍콩은 엄마가 할 수 있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2명의 비행기 왕복 티켓과 호텔 예약에 들어간 돈은

총 57만 원.

예산안에서 선방한 셈이었다.

(일요일 출발 비행기는 저렴하다.)

나머지 돈으로 홍콩에서 먹고, 쓰면 되니까~

그렇다고 엄마가 명품쇼핑을 하시는 건 아니니 ^^


홍콩 책랍콕 공항


인천에서 9시 55분에 홍콩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비록 비행기 기내식이 없었지만,

엄마는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기내식 대신 우린 간식을 들고 탔었다. ^^


4시간 후에 내린 홍콩은 엄마에게 낯섦으로 다가왔다.

내리고 나니 정확히 걸린 점심시간~


간식을 그나마 먹었기에

처음부터 배낭을 메고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의 처음 목적지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사실 이건 엄마의 취향이 아니라 내 취향이었다.


내가 가장 실수했다 싶은 건 이 부분이었다.

홍콩의 명소라고 해서 여행코스에 넣긴 했지만,

엄마의 취향과는 좀 동떨어진 곳이었다고 할까.


에스컬레이터가 있긴 하지만,

사실 여긴 언덕이라는 것.


엄마의 배낭을 내가 들기도 했지만,

아뿔싸 싶었다.


"엄마, 괜찮아?"

"괜찮아. 잘도 습하다이(많이 습하네)"


3월 말의 홍콩.

비도 안 오고 맑을 거라 생각했지만,

왠 걸...

습하고, 비만 내렸다.


모든 건 내 예상과 반대로...

하늘도 무심하시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


그래도 이때는 비가 안 내려서 참 다행~


어느덧 우리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 다다랐다.


"엄마, 여기가 영화에 나왔던 되게 유명한 곳이야."

"사람들 진짜 하영이신게(많구나).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디 다들 이거 탐구나(다들 이거 타는구나)."


습기에 좀 힘들어했던 엄마는 적응이 되었는지,

주변을 하나씩 살피기 시작하셨다.


낡은 에스컬레이터와 수많은 외국인과 관광객.

그 관광객 중 하나가 엄마와 나였다.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었다.

홍콩의 하늘은 흐렸고, 아파트가 가득했다.


아파트 평수도 작고, 비싸단 나의 말에 엄마는 또 한번 놀라셨다.

그리고 홍콩은 안개가 자주 낀다는 것에 또 놀라셨고...


"그 노래는 다 거짓 인가 보네.

밤에 별도 안보이겠구먼..."


엄마의 투덜거림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생각했던 홍콩과 실제 홍콩이 너무나도 달라서

엄마는 당황하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도 엄마는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엄마의 말수는 점점 늘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었기에~




홍콩의 골목이나 우리네 골목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며 말씀하시는 엄마.


아무리 한국이 살기 힘들다 해도,

홍콩보다는 제주도가 낫지 않겠냐며 미소 짓는 엄마의 모습에

아빠와 동생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다음에는 온가족이 올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배낭메고 땀에 쩔어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남는 건 사진 뿐이란 걸... @ 홍콩 퍼시픽커피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길.

카페에 들려 시원한 커피와 케이크로 홍콩에서 첫 간식을 해결했다.


커피귀신인 엄마와 나에게는 최고의 휴식시간이었다.



"엄마, 힘들지? 편하게 다녀야 하는데, 미안해..."

"미안은 무슨. 걸을 수 있을 때 걸어사주(걸어야지).

지금 아니믄 영 다니주도 못하매(다니지도 못한다.)"



엄마가 짜증을 낼까 봐, 힘드실까 봐, 아파하실까 봐...

초긴장상태였던 나...


하지만 엄마는 유쾌하셨다.

힘드실 법도 하지만 엄마는 씩씩하셨다는 것.

(불면증까지 있다 하셨지만, 숙소에서는 숙면하셨다.)


사실 엄마는 작은 것에도 크게 상처받고, 소심하시기까지 한데.

더구나 예민하시기까지 하다...

홍콩에서는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홍콩의 회색빛 하늘은 우울함을 안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전혀 우울해하지 않았다.


홍콩의 하늘은 우울했지만, 엄마는 맑음~


홍콩의 마법인지, 이곳이 처음 와보는 낯선 곳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딸과 함께 처음 하는 해외여행이

엄마를 그렇게 바꾼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3박 4일  함께했던 딸로서는 

여행의 마법이 엄마에게 조금씩 발휘되기 시작했다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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