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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자의 반격

- 마패 없이 걸어온 한 노병의 기록 -

by 노병

나의 낡은 군화는 삼십여 년간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때로는 공정하지 못한 현실 앞에서 좌절했고, 진정한 능력보다

다른 요소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 속에서 나는 실력과 품격으로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임을 깨달았다. 뼈아픈 경험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었으며, 진정한 개혁은 어떤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라
깨어있는 정신에서 시작된다는 깊은 깨달음에 이르렀다.


이제 노병으로서 이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나는 묻고 싶다.
과연 무엇이 군인의 궁극적인 가치이며,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존경해야 할 이름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깨 위 번쩍이는 ‘별’만이 아니다.


어떤 '별'은 때로 진정한 실력과 헌신보다 다른 이유로 달리기도 했다.
공정한 경쟁보다는 연줄과 배경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안타까운 현실도 여전하다.


우리가 이스라엘처럼 야전성 넘치는 강군을 만들지 못하고,
미국의 시스템처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를 완전히 이루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가 성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 속에서도, 결코 빛을 잃지 않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군인’**이라는 이름 그 자체였다.


군인’이라는 이름 속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숭고한 정신이 담겨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나라의 부름에 응답하고,
뜨거운 사명감으로 조국을 지키는 존재들.


155마일 전선의 혹독한 찬바람 속에서, 이름 없는 훈련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무수한 장병들과 간부들.
그들은 특정 출신이나 계급에 상관없이,
오직 ‘군인’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 방위의 책임을 다한다.


이들의 진정한 품격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용기와,
인간 존엄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나는 낡은 군화가 헤쳐온 모든 여정 속에서
바로 이 ‘군인’이라는 이름이 가진 불변의 가치를 발견했다.


출신이나 배경, 혹은 어깨 위 계급장이라는 일시적인 명패보다
훨씬 더 빛나고 굳건한, 바로 그 ‘군인’이라는 이름.


젊은 후배들이여,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여.


어깨 위의 '별'이 아니라, 가슴속 ‘군인’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헤아려주길 바란다. 그 이름은 무한한 책임감과 숭고한 헌신을 의미한다.


바로 그 ‘군인’이라는 이름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우리 모두가 함께 바로 세울 때,
비로소 이 땅 위에 진정으로 강하고 자랑스러운 군대가 세워질 것이다.


나의 삶은 결코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인’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버텨온 여정이었다.


낡은 군화 속에서 찾아낸 이 빛은
밤하늘의 별보다도 더 영원하고 더 밝게 빛난다.
바로 ‘군인’이라는, 그 이름이었다.


이 노병의 진심 어린 제언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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