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병이 걷고 본 군대의 민낯”
나라를 지킨다는 일,
그건 내겐 목숨보다 귀한 신념이었다.
그 신념 하나로 버텼고, 믿음 하나로 살아왔다.
처음부터 군 안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었다.
같은 제복을 입었지만, 누군가는 그 위에
**'보이지 않는 마패'**를 달고 있었다.
그 마패는 능력의 상징이 아니라, 출신의 증표였다.
사관학교 출신이 빠르게 진급하고 요직을 맡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특권이
제도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현실이었다.
조선의 '마패'가 이름만 바뀌어,
지금도 군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제도라는 미명의 간판 아래,
공정의 문턱을 지키는 듯했지만,
실상은 철옹성 같은 벽이 존재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아예 **'뒤집힌 운동장'**인 셈이었다.
출신에 따라 진급의 속도가 달라지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같은 능력, 같은 노력을
해도 결과는 달랐다.
이 불공정을 목격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싸하게 식었다.
정권과 인사가 바뀌어도,
제도의 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문민정부, 참여정부, 개혁정부 운운하며
군을 개혁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지만,
군의 습관은 언제나 제자리였다.
그들의 충성은 원칙보다 인맥에 닿았고,
명예는 양심보다 출신에서 비롯되었다.
별은 여전히 하늘에 있었지만,
그 빛은 땅 위에서 가려지고 있었다.
빛을 가린 건 어둠이 아니라,
낡은 권위와 익숙한 불공정이었다.
노병이 되어 돌아보니,
가장 미안한 건 후배들에게 공정한 길을
물려주지 못한 일이다.
수많은 선배 장교들도 알면서도 숨이 벅차서,
그저 쓸쓸히 나처럼 노병으로 사라졌을 것 같다.
내가 겪어보니,
철옹성 같은 두터운 벽 앞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군복의 색은 변했어도, 생각의
색은 여전히 옛날 그대로였다.
폐쇄적 인사 구조는 조직의 혁신을 가로막는다.
진짜 개혁은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습관이 된 권위와, 편견과 차별로 얼룩진 제도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출신으로 나뉜 세상에서 벗어나,
'마패' 없는 군, 공정하고 책임 있는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다.
이제 변화의 첫걸음은 침묵을 깨고,
양심과 행동으로 나서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이 노병이 펜을 든 이유이기도 하다.
GDP는 이미 글로벌 수준인데,
군 개혁은 여전히 제자리 뛰기다.
세계가 우리를 선진국이라 부를 때,
군만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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