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갓 입대한 부사관 후배들과 함께 꿈을 잇다 –
친구들은 MT를 가고,
소개팅으로 대학 낭만을 즐기던 그 시절,
나는 육군 3 사관학교에서 새벽과 밤으로 꽉 찬
생도 생활을 시작했다.
높게 둘러선 담장 안의 교정,
그곳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대학 캠퍼스의 낭만은 알 수 없었지만,
군이라는 조직 속에서 마주한 크고 작은 불공정들은
나를 점점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세상은 ‘학력’이라는 잣대로 사람을
재단한다는 걸.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시, 책을 펴리라.”
운 좋게 성균관대 행정학과에 편입했고,
대성로를 오르내리던 그 밤들은
내 삶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그건 단순히 공부의 시간이 아니라
흔들리던 나를 다시 세워준
‘리부팅’의 순간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전방부대의 지휘관이 되었을 때,
문득 눈에 들어온 부사관 후배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를 꼭 닮은 녀석들.
학연도, 지연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버텨내는 모습이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배움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세상의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너희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선물하고 싶다.”라고...
자원한 부사관들을 부대 인근 대학, 야간학부에
입학시킨 건, 지금 돌아봐도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다.
그들도 나처럼 밤의 캠퍼스를 오가며
배움이 주는 기쁨과 ‘대학생’이라는 자부심을
하나씩 깨달아 갔다.
‘이상기’는 처음 몇 달 동안
낮에는 업무, 밤에는 수업을 병행하느라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다.
“대대장님, 솔직히 힘듭니다.”
그가 털어놓았을 때, 나는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도 그랬어. 그런데 말이야,
나중에 돌아보면 이 시간이 가장 빛나더라.”
몇 달 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힘들다는 말 대신
수업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줬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배웠다.
사람은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진심으로 다가설 때 비로소 마음을 연다.
일도 억지로 시킬 때보다
스스로 즐길 때 훨씬 더 빛난다.
진심이 닿자, 후배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웃음이 늘고, 일도 자연스럽게 풀렸다.
결과는 분명했다.
낮에는 업무에 몰두했고,
밤에는 스스로 야간대학으로 향했다.
세월이 흘러도 그때 후배들의 전화는 변함없다.
“대대장님, 그때 공부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권영성, 이동규, 곽인석…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후배들, 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동반자로서의 리더십’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나는 그 시간들을 통해
권위보다 신뢰를, 명령보다 책임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의 다음 장을 여는
가장 소중한 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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