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를 좋아한다. 그런데 아보카도가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서브웨이 샌드위치에 꼭 아보카도를 추가하는데도 말이다.
오늘 먹은 아보카도 역시 내 손으로 주문한 건 아니었다. 지난 주말에 우연히 네 알을 얻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존재를 발견했다.
도마에 아보카도를 올려 반으로 자르고 씨를 빼냈다. 잘 익어서인지 껍질은 쑥 벗겨졌다. 깍둑썰기 한 아보카도 반 개와, 역시 냉장고에 고이 잠자던 양상추와 홍로 사과도 함께 접시에 담았다. 마침 오리엔탈 소스가 있어 양상추에 뿌렸다.
포크는 아보카도로 먼저 향한다. 입안에 넣었을 때는 차가운 두부 같지만, 몇 번 씹으면 버터처럼 녹는다. 뒷맛은 연어를 먹었을 때와 닮았다. ‘역시 맛있네,’ 생각하며 마저 먹는다. 내 주변엔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반반인 것 같다. 아무 맛도 안 난다거나, 느끼하다고 하는 이도 있고, 든든해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보카도를 무언가와 곁들이거나 요리해서 먹지, 이렇게 원물 그대로 먹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요리하기 귀찮아서 그저 잘라 넣었지만. 별다른 소스 없이 반 개를 먹으니 충분하다. 반 개만 먹었는데 ‘이만하면 됐어’라고 생각하는 과일은 아보카도가 처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