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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토마토

by 요니

냉장고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토마토 한 알을 꺼냈다. 자세히 보니 겉이 쭈글쭈글해져있었다. 수돗물로 가볍게 씻은 다음, 꼭지만 자르고 네 등분으로 잘랐다.


토마토의 맛의 떠올릴때 새콤달콤하다는 형용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아마도 ‘멋쟁이 토마토’라는 동요때문일거다. 하지만 실재로 생으로 먹어서 그렇게 느낀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풋내가 나는, 약간 비릿하면서 밍밍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토마토는 그대로 먹기보다는 조리해서 먹는 편이다. 어디선가 토마토는 열을 가하거나 기름과 함께 섭취했을때 더 좋다는 말을 들어서 이기도 하다.


오늘는 오랜만에 생 토마토다. 한입 베어무니 질긴 껍질 사이로 과육이 터진다. 밍밍한 과육에서 새큼한 맛이 난다. 씹다보니 풋내도 난다. 토마토는 실온에서 보관해야 맛과 향을 오롯이 보존할 수 있다던데, 어째선지 나는 늘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이건 자신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금방 먹을 자신이 없으니, 아무도모르게 냉장고를 열고 깊숙히 집어넣는거다. 기특하게도 늘 토마토는 깜박잊어도 잘 상하지 않고 기다려준다. 단단하고 우직하다. 그래서 나는 겁도 없이 한 박스씩 사고 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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