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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by 요니

아이가 태어나고 스스로 뒤집는 시기는 보통 4~5개월부터라고 한다. 그전까지는 계속 누워 있다. 누워서 밥을 먹고, 놀고, 잔다. 신생아 시절을 지나면 아이는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고, 흑백의 세계에서 다양한 색의 세계로 입장한다. 이에 따라 사물을 구분하고 관심을 가진다. 세상에 호기심이 생기는 순간이다.


4개월이 된 도아는 여전히 누워 있다. 처음에는 위에 놓인 모빌이 천천히 돌아가는 것을 보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주변에 떨어진 것들을 손으로 잡아 몸으로 가져올 수도 있다. 스스로 뒤집지는 못해도 내가 도아를 뒤집어 내려놓으면 오래 목을 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바닥에 볼을 대고 쉬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나는 아이를 다시 눕힌다. 아이는 바둥거린다. 누워 있는 게 싫증이 난 것처럼 보인다.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지금은 누워서 성장하는 시기란다. 더 자라면 큰 세상을 볼 수 있을 거야."


아이 옆에 같이 눕는다. 생각해 보니 요즘 나는 자주 누워 있다. 예전에는 소파에 앉아만 있었지 거실 바닥에 앉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탄탄하고 하얀 매트를 깔고부터 거의 아이와 함께 바닥에서 보낸다.


자주 읽는 책을 하나 꺼내 든다. 짧은 글을 읽고 노래를 틀어준다. 아이는 눈앞의 그림을 오랫동안 쳐다본다. 가끔은 어떤 노래에는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 눈에는 그림책이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다 읽어주고 천장을 본다. 매일 아이가 보는 장면이겠구나. 누워 있을 때 빼고는 내가 위를 오랫동안 바라본 적이 얼마나 될까. 형광등 불빛을 직접 보면 눈이 부시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언제 이렇게 형광등이 낡았지 생각한다.


옆을 돌아보니 아이가 나를 보며 웃는다. 나는 가만히 아이와 눈을 맞춘다. 아이는 눈을 피하지 않는다. 맑은 아이 눈동자에 내가 비친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노래 제목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휴대폰으로 노래를 틀었다. 오랜만에 듣는, 동요가 아닌 가요. 잔잔한 현악기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닿지 않는 천장에 손을 뻗어보았지
별을
진짜 별을 손으로 딸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럼 너의 앞에 한 쪽만 무릎꿇고
저 멀고 먼 하늘의 끝 빛나는 작은 별
너에게 줄게
다녀올게
말할수 있을텐데


예전에는 무심코 들었던 노랫말이 왜 지금은 이토록 마음속에 닿는 것일까. 나는 가사를 따라 흥얼거린다. 아이는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아이에게 "이 노래 좋지?"라고 묻는다. 아이는 눈을 끔벅일 뿐이다.


언젠가 우리가 나란히 바닥에 누워 있는 일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서로가 한참 동안 말없이 눈을 바라보는 순간도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내 생각을 그만둔다. 지금을 충실히 보내는 것 외에는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제목과 본문에 삽입된 가사는 요조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입니다.

*25년 4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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